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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통신선 복원”, 신무기 계속 쏴도 입 닫으라는 소리

김정은 “통신선 복원”, 신무기 계속 쏴도 입 닫으라는 소리

Posted October. 01, 2021 07:29,   

Updated October. 01, 2021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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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10월 초 남북 통신연락선을 재복원할 의사를 표명했다. 그러면서도 김정은은 “남조선에서 우리를 자극하고 걸고드는 불순한 언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관계 회복이냐, 악화 지속이냐는 남측 태도에 달려있다고 했다. 미국에 대해서도 “(조 바이든) 새 행정부 출현 이후 대북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은 달라진 게 없고 오히려 더욱 교활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극초음속 미사일’ 도발 이틀 만에 나온 김정은의 대남 메시지에는 비난의 손가락질과 유화의 손짓이 섞여 있다. 시종 남측의 태도를 나무라듯 따지면서도 시혜라도 베풀 듯 통신선을 연결할 용의를 밝혔다. 북한은 7월 말 정상 간 친서 교환의 결과라며 통신선을 복원했다가 다시 2주 만에 끊었고, 며칠 전엔 김여정을 통해 ‘북남 수뇌상봉’까지 띄우다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회유와 협박을 번갈아 또는 동시에 하는 이중 기만책이다.

 북한은 이런 상투적 양면전술이 먹히고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실제로 북한은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 초음속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하면서 ‘이중 기준’ 철회를 압박했고 결국 남측이 ‘도발’로 규정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번에 김정은은 “남조선을 도발할 이유도 없고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다”며 망상과 피해의식에서 벗어나라고 어린애 타이르듯 말했다. 북한이 앞으로 어떤 도발을 해도 남측이 시비 걸지 못하도록 입막음부터 하려는 것이다.

 다만 김정은 발언에선 지금 같은 자폐(自閉) 상태로는 오래 버틸 수 없다는 절박함이 읽히는 것도 사실이다. 자력갱생을 외치지만 다가오는 고사(枯死) 위기 속에 내부적 압박도 커지고 있다. 그래서 협상이든 대결이든 미국과 한판 벌이기 전에 남한을 길들이고 한미를 갈라 치려 한다. 마침 미중 갈등의 신냉전 구도로 바뀌었다며 뭔가를 도모할 호기임도 숨기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고스란히 말려드는 형국이다. 얼마 남지 않은 임기 안에 어떻게든 만회해보려는 대북 조급증, 그걸 모를 리 없는 북한이기에 벌어지는 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