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정신과 희생자에 다시 상처 주는 일 없어야

518 광주민주화운동 33주년을 맞아 일부 방송과 인터넷 사이트들이 518 때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내세우면서 논란을 불렀다. 지난주 방송에 출연한 한 북한 이탈 주민은 518은 북한군 1개 대대(600명)가 침투해 광주 시민을 사살하고 선동한 폭동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방송에서는 역시 북한 이탈 주민이 당시 광주에 침투했던 북한 군인을 자처하며 518 때 머리 좀 긴 애들은 다 북한 전투원이라고 말했다.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518 희생자들을 비하하는 글과 패러디물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518 희생자 유족과 기념단체, 민주당, 광주시 등은 명백한 역사 왜곡이라며 5 18 역사왜곡대책위원회(가칭)를 구성하고 공동 대응을 선언하고 나섰다.

518 북한군 개입설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이미 오래 전에 결론이 난 상태다. 518이 일어난 직후 계엄사령부는 경고문을 통해 소요는 고정간첩 불순분자 깡패들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고 밝혀 북한 개입설의 단초를 제공했다. 그러나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이희성 씨는 1995년 군사반란 혐의로 수사를 받으며 다소 과장된 점이 있었다고 진술해 한걸음 물러났다.

518 때 광주 시민군과 외신기자들 사이의 통역을 맡았던 인요한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소장도 최근 채널A에 출연해 시민군은 아침에 반공 구호를 외치고 시위를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내부에서 간첩으로 의심되는 수상한 사람을 잡아 백기를 앞세운 뒤 진압 군인에게 넘겨줬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밝혔다. 시민군이 만든 빛바랜 전단에는 김일성은 순수한 광주의거를 오판하지 말라고 적혀 있다.

북한 쪽에서도 북한군 개입설이 허위임을 입증하는 자료와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강성산 북한 국무원 총리의 사위로 1994년 남한으로 망명한 강명도 씨는 평양은 망명을 꿈꾼다는 책을 통해 518 때 북한 측이 예상했던 것보다 일찍 진압되는 바람에 대남공작원을 투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어제 채널A에 출연한 그는 북한의 김일성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적화통일의 호기로 보고 개입하려고 했으나 기회를 놓친 뒤 나중에 후회했다고 전했다.

광주 시민군 안에 북한군 1개 대대, 600명이나 되는 병력이 포함돼 있었다면 외부에 바로 드러났을 것이고, 계엄군 역시 즉각 병력을 투입해 대응했을 것이 분명하다. 2011년 유네스코가 518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한 것도 국내외 검증을 거쳐 민주화운동으로서 518의 가치를 인정했음을 의미한다. 일부 탈북 주민의 일방적 주장을 여과 없이 내보내고 사실처럼 확산시키는 것은 무책임한 자세다.

북한군 개입설이라는 거짓 주장이 역사인식의 부재와 협소함을 드러내는 부끄러운 일이다. 518 민주화 정신에 대한 음해는 중단돼야 한다. 518 희생자 유족 등 평생의 한을 안고 살아가는 관련자들에게 다시 상처를 입혀서는 안 된다. 민주화 운동은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로 국민 모두가 존중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