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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우리은계좌 요청 1년간 쉬쉬

Posted September. 20, 2006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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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개성공단을 관리 감독하는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총국)을 통해 지난해 9월 14일 남측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우리은행 개성공단 지점의 계좌 개설을 처음 요구한 뒤 6개월간 집요하게 계좌 개설 관철을 주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정부는 북한의 이런 요구가 미국의 금융제재를 피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고 남북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1년여 동안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집요했던 북한=북측 총국의 계좌 개설 첫 요구는 구두였으나 지난해 12월에는 공문으로 재차 요구했다.

우리은행 측이 확답하지 않자 북측은 계좌 개설이 연기되는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집요하게 요청했고 계좌 개설이 어렵다고 하자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은행 지점을 폐쇄하겠다고 협박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은 파문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폐쇄 운운은) 진의가 아니었다고 한발 물러섰다.

정부는 북측의 요구와 관련해 올해 3월까지 서너 차례 통일부 재정경제부 외교통상부 국가정보원 관계자가 참석하는 회의를 열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의 계좌 개설 요청 배경과 남북 관계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쉬쉬=정부는 19일 우리은행이 남북협력사업 승인의 범위가 개성공단 내 기업과 남측 주재원만을 거래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들어 계좌 개설을 거부했고 북측은 3월에 더는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해 일단락됐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북측의 계좌 개설 요구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배경도 논란이 된다.

북측이 최초 계좌 개설을 요구한 지난해 9월 14일은 미국이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북한 계좌에 대한 동결 조치를 내리기 불과 이틀 전. 북한이 개성공단에 금융계좌를 개설하고자 했던 목적이 무엇인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개성공단 계좌 개설 요구 사실이 대외에 공개될 경우 북한이 또 한 차례 비난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리 정부가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태원 taewon_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