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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가) 반유엔총장 만들기 외교총력전

Posted February. 24, 2006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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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에 나가 있던 대사들이 서울에서의 재외공관장 회의를 마치고 이번 주 대부분 주재국으로 돌아갔다. 그 중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P5)인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주재 대사와 유엔대표부 대사에게는 유엔 사무총장 선거운동이라는 정부 수립 이후 초유의 임무가 주어졌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차기 유엔 사무총장직 출마를 공식 선언한 만큼 이젠 P5의 관문을 넘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움직여야 한다. 정답이 없는 외교전이다.

또 이태식() 주미, 김하중() 주중, 김재섭() 주러, 최영진() 주유엔대사는 모두 반 장관의 후임 장관으로 거론되는 커리어(직업외교관)들이다. 반 장관이 떨어지면 여러분은 국물도 없어요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농담이 아니더라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낮은 포복(Low Profile) 전략으로

외교부는 일단 소리 나지 않게 낮은 포복 전략으로 간다는 방침이다. 유엔국장으로 불리는 강경화() 국제기구정책관은 23일 외교안보연구원에서 열 예정이었던 포럼도 취소됐다고 말했다.

그나마 외교부 본부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감지되는 움직임은 파리에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 대표부에 근무하던 서용현() 공사를 1월 인사 때 장관 특보로 불러들인 정도. OECD 대표부에 부임한 지 1년밖에 안 된 서 공사를 장관 특보로 임명한 것은 유엔 사무총장 선거 준비를 위한 호출로 알려졌다. 서 공사는 외교부 내에서 영어 문장력이 탁월한 것으로 평가받는 인물. 반 장관의 선거 운동에 필요한 각종 영어 문서나 영문 서한 작성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 유엔대표부가 헤드쿼터

뉴욕에 있는 주유엔 대표부는 반 장관 유엔사무총장 프로젝트의 헤드쿼터(본부) 역할을 해 오고 있다. 최영진 대사와 오준() 차석대사는 반 장관이 출사표를 던지기 전부터 본부와 긴밀하게 조율해 왔다.

최 대사는 현재로선 P5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래서 요즘은 P5 유엔대표부 대사들이 참석하는 모임에 자주 참석해 대화를 나누면서 P5의 동향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주 유엔대표부에 따르면 P5는 이미 16일부터 총장 선임 문제에 관한 비공식협의를 시작했다. 협의 내용은 아직까지는 후보에 대한 평가보다는 선출시기 등 절차 문제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로선 후임 총장이 업무파악에 필요한 시간을 주기 위해 보통 11, 12월에 해 오던 선출절차를 2, 3개월 앞당기는 데 공감대가 이뤄졌다는 정도.

열쇠를 쥐고 있는 프랑스와 러시아는 여전히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러시아 주재 한국 대사관의 고위 외교관은 러시아가 크렘린이라는 별명처럼 아직까지 어떠한 힌트도 주고 있지 않아 답답하다고 털어놓았다. 오히려 최근 들어 태국의 수라끼앗 사티아라타이 부총리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돼 주러 대사관을 긴장시키고 있다.

대사관측은 그래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반 장관의 개인적 친분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반 장관이 한승수() 유엔총회의장 비서실장을 지낼 때 라브로프 장관은 유엔대표부 주재 대사로 일하면서 각별한 우정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주철기() 대사가 직접 나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지만 아직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