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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생님들이 교실 박차고 나가면

Posted October. 27, 200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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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을 둘러싸고 우리나라처럼 사사건건 갈등을 빚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새로운 정책이 나올 때마다 정부와 교사, 정부와 학생간에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고 이는 그대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정부의 7차교육과정 교원성과상여금제 자립형사립고제 등에 반대해 집단 연가투쟁을 갖기로 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교사들은 어젯밤부터 서울 여의도공원에 모여 철야 농성을 한 데 이어 오늘 집단 연가를 내고 전국교사결의대회를 갖기로 했으며 교육인적자원부는 참가 교사들에게 강력한 조치를 내리겠다고 밝혀 자칫 심각한 사태로 번질 수도 있다.

지난해의 집단 연가, 얼마전의 조퇴투쟁에 이어 이번에 또다시 집단 연가투쟁을 하기로 한 전교조의 선택은 교사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교사가 교실을 떠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학생을 볼모로 한 투쟁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전교조측은 연가에 따른 수업 결손에 대해서는 어떤 방법으로든 보충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수업에 빠지고, 다시 보충하고 하는 일들이 학생들에게 피해와 혼선을 줄 수밖에 없다. 집회일을 수업이 예정된 토요일로 잡은 것이나 집단으로 학교를 비우는 것 자체가 직업윤리를 저버리는 것이다.

평소 학생들에게 수업에 빠지지 말라고 가르쳐온 교사들이 집단으로 교실을 뛰쳐나가는 모습이 학생들의 눈에 어떻게 비치겠는가. 학생들에게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은 중요하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

교사들의 토요일 집단행동은 실정법에도 위배된다. 교원노조법은 노조와 그 조합원은 파업 태업, 기타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일체의 쟁의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사들은 연가를 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연가를 받아주지 않고 있다.

물론 현정부 들어 실시하거나 추진중인 여러 교육 정책 중에는 교육 현장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경우가 많고 이것이 교육의 난맥상을 초래한 것도 사실이다. 일선 현장의 교사로서 이에 대해 당연히 비판할 것이 있으면 비판해야 한다.

그러나 그 비판과 투쟁은 어디까지나 선생님다워야 한다. 실력 행사 일변도의 방식은 문제를 더 어렵게 할 뿐이다. 어느 곳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어야 할 교직사회가 문제를 힘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결코 옳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