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3월 개정한 헌법에 영토 조항을 신설하고 통일 관련 표현을 삭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이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핵무기 사용권한을 위임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개정 헌법에 포함됐다. 김 위원장이 공격을 받으면 자동으로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핵 방아쇠’ 체계의 법적 근거를 헌법에 명문화한 것이다.
6일 통일부 기자단 대상 간담회에서 공개된 북한 새 헌법은 영토조항을 신설했다. 헌법 제2조에 “조선민주주의민민공화국(북한) 영역은 북쪽으로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 러시아 연방,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는 영토와 그에 기초해 설정된 영해와 영공을 포함한다”고 명시한 것. 북한은 기존 헌법 중 통일, 민족 등 개념도 삭제했다.
‘적대적 두 국가’ 정책을 선언한 북한이 헌법을 통해 남북을 경계를 맞댄 두 국가라고 규정한 것이다. 1948년 북한 정권 수립 후 북한이 헌법에 영토조항을 명시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한반도 전체를 영토로 규정하는 대한민국 헌법 3조와 배치되는데다 남북 경계에 대한 이견이 있는 만큼 남북간 충돌로 이어질 수 있나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은 헌법 89조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에 대한 지휘권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에게 있다’, ‘국무위원장은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핵무력 사용권한을 위임할 수도 있다’고 명시했다. 북핵에 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독점적 권한을 강조하면서 유사시 핵 타격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핵무기 사용 권한을 헌법에 명시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핵 사용권한을 헌법으로 격상한 것으로 위임 권한을 명시한 것은 핵 선제 공격, 신속 타격을 위한 것”이라며 “유고 시 김 위원장이 결정하지 않더라도 자동적으로 핵전쟁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개정헌법은 서문에 있던 ‘김일성·김정일 헌법’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국무위원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등 김정은 유일체제를 공고히 했다는 평가다.
권오혁 hyuk@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