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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핵잠협정, 오커스보다 수월… 병행 건조 방안 충분히 가능”

 “한미 핵잠협정, 오커스보다 수월… 병행 건조 방안 충분히 가능”

Posted December. 26, 2025 09:07   

Updated December. 26, 2025 09:22


“한미 간 핵추진잠수함(핵잠) 합의는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모델과 완전히 같진 않겠지만, 여러 측면에서 더 수월할 것이다.”

앨릭스 웡 한화그룹 글로벌 최고전략책임자(CSO·사진)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간엔 일치하는 정치적 방향과 정책적 의지가 존재하고, 이해관계 역시 맞아떨어진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호주는 ‘오커스 협정’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핵잠을 공급받기로 한 뒤 별도 협정을 맺고 군용 특수 핵물질 이전을 허용받았다. 한국도 최근 미국과 핵잠 도입을 위한 별도 협정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는데, 웡 CSO는 한국이 호주보다 더 신속하게 핵잠 연료 공급 등 주요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전망한 것이다.

웡 CSO는 이른바 ‘한미 병행 핵잠 건조 방안’에 대해선 “충분히 가능한 접근”이라며 “한화는 한미 정부가 그렇게 결정한다면 실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 방안은 한국 핵잠은 국내에서 건조하고, 미국 핵잠은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 펀드를 활용해 한화 필리조선소 등에서 건조하는 시나리오다.

웡 CSO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초기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을 지내며 국가안보 정책 조율을 실무적으로 총괄했다. 트럼프 1기 땐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 부대표로 활동했다. 특히 2019년 북-미 판문점 정상 회동 등 북-미 대화에 깊숙이 관여했다. 인터뷰는 미 동부시간 기준 18일과 24일 각각 화상과 서면으로 진행됐다.

● “韓 핵잠, 동북아에서 한국이 강력한 억지력 갖는 데 기여”

웡 CSO는 “국제관계 (합의)에서 가장 강력한 구속력은 그 행동이 양국 모두의 이익에 부합할 때 나온다”며 “핵잠 합의는 한미 모두에 이익을 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은 핵잠 보유로 군사 역량을 강화하고 침략에 대한 억지력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또 미국 관점에선 한국의 핵잠 도입이 “동맹국 역량을 강화해 동북아 지역 평화·번영 유지에 도움을 주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한국이 핵잠을 보유하는 게 중국 해군력 견제 등을 위해서도 좋다고 판단해 트럼프 정부가 승인했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최근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도 핵심 안보 목표 중 하나를 제1도련선(島線·First Island Chain·일본 규슈∼오키나와∼대만∼필리핀)과 대만을 중국으로부터 방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한 한국 핵잠 건조를 구체화하기 위해 “한미 당국 간 세부적 이행 방안을 두고 외교적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한미 간 핵잠 합의는 앞서 호주 사례보단 더 수월하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핵잠 도입 과정에서) 역시 핵심 과제는 핵연료 농축 사이클, 즉 원자로 연료를 어떻게 확보하느냐”라며 “한미 정부는 지금 그 이행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웡 CSO는 미국에 있어 조선 산업 부활은 ‘안보·전략적 효과’가 크게 반영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지난 70년 동안 세계 최강의 해군을 유지하길 원했다”며 “해군 관련 산업 기반의 유지·재건에는 분명히 미국의 전략적·군사적 이해관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과 함께 국가 역량 요소들을 강화해 평화를 유지하고자 한다”고 했다. 한미 조선 협력이 미국에 있어 경제·산업적 측면은 물론이고, 중국과의 패권 경쟁 등까지 고려한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 “한국서 美 전투함 건조까지 선택지 있을 것”

웡 CSO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첨단 제조 기술, 시간 엄수, 생산 효율성 측면에서 한국 조선 산업을 매우 높게 평가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화를 포함해 한국 조선소들은 이미 미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에 참여하고 있다”며 “나아가 비전투함 생산이나 공동 생산, 장기적으론 전투함 건조까지 여러 선택지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예상했다.

미국 군함의 해외 건조를 금지한 ‘번스-톨레프슨법’ 등 미 현행법상 제약에 대해선 “현재 미 정부와 국가안보 커뮤니티, 의회 등 전반에선 ‘그 (법적 제약의) 선을 어디에 그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우회적인 해결책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22일 ‘황금함대’ 건조 계획을 발표하며 프리깃함(호위함) 등의 생산은 한화와 협력하겠다고 콕 집어 밝힌 것을 두곤 “한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황금함대’ 구상과 관련하여 미 해군을 위해 필요한 어떤 전력 요소든 건조할 수 있는 전문성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자평했다.

알렉스 웡(45) 한화그룹

글로벌 최고전략책임자(CSO)

△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하버드대 로스쿨

△ 2017∼2018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부차관보

△ 2018∼2021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 부대표

△ 2020∼2021년 국무부

유엔 특별 정무 차석대사

△ 2025년 1∼6월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

△ 2025년 9월∼ 현재

한화그룹 글로벌 CSO




신진우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