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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만에 정책감사 폐지… 그릇 깨도 성과내는 문화 필요

22년 만에 정책감사 폐지… 그릇 깨도 성과내는 문화 필요

Posted August. 08, 2025 07:18   

Updated August. 08, 2025 07:18


감사원이 공무원의 정책결정에 대한 감사를 폐지하겠다고 6일 밝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 정부가 추진한 정책의 책임을 추궁해 공직사회가 위축되는 부작용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책감사를 명목으로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를 괴롭히고, 의욕을 꺾는 일이 절대로 없도록 해 달라”고 주문한 지 13일 만이다. 이로써 2003년 도입된 감사원의 ‘정책 감사’가 22년 만에 폐지될 전망이다.

감사원은 앞으로 ‘일하다 생긴 잘못’에 대한 징계·형사 책임부담을 덜어주겠다고 했다. 사익추구·특혜제공 등 중대한 잘못이 없으면 정책·사업 추진과정에서 생긴 문제는 징계하지 않는 원칙을 모든 감사에 적용하기로 했다. 직무감찰 제외 요건도 명확히 규범화한다. ‘정부 중요 정책결정 및 정책목적의 당부(當否)’를 직무감찰 대상에서 제외한 사무처리 규칙을 더 정교하게 손본다는 것이다.

정책감사는 노무현 정부 때 ‘정책 품질을 높인다’는 취지로 출발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전임 정부의 잘못을 끄집어내 공격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 이명박·박근헤·문재인 정부에 걸쳐 다섯 차례 감사가 이뤄진 4대강 사업도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같은 사안임에도 감사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때그때 입맛에 맞게 달라진 감사 결과를 내놔 논란을 자초했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과 관련해선 윤석열 정부의 무리한 감사로 담당 공무원들이 해임 등 인사상 불이익과 함께 기소까지 당하는 일도 있었다. 이들은 약 3년 반에 걸친 소송 끝에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에 물린 과징금 소송에서 패소하는 일이 잦은 것도 나중에 감사원의 책임추궁 때 ‘면피’하기 위해 현장 공무원들이 일단 과징금 액수를 높게 때리고 보는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공직자가 훗날 받게 될 감사와 처벌을 먼저 생각하면 정부업무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하던대로 하던 관행을 벗어나 새롭게 성과를 내겠다는 의욕을 내기보다는 책임질 일만큼은 피하는 이른바 ‘복지부동’ 문화를 만든다. 감사원이 정책감사 중단을 선언한 것을 계기로 이런 공직 문화를 바꾸려는 시도가 많아져야 한다. 국민들은 책임질 일 않느라 그릇을 안 깬 공직자보다 본의 아니게 그릇을 깨더라도 뭔가 새로운 걸 시도하는 공직자를 기대한다. 경기침체, 관세전쟁이란 안팎의 도전에 직면한 한국 사회로선 제 몸 사리지 않고, 실제 성과를 내는 공무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