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란 전면전 위기… ‘경찰국가 美’ 없는 세계의 뉴노멀

이스라엘이 이란 영토를 선제공격하고 이란이 반격에 나섬에 따라 1000km 넘게 떨어져 있는 두 나라가 전면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스라엘은 13일 자국에서 발진한 전투기 200여대와 이란 영토에 숨겨놓은 드론을 이용해 이란의 핵 시설과 핵 과학자, 군 사령부 등을 공격했다. 모두 150여 곳을 타격했고, 정규군 참모총장 등 군 지휘부가 목숨을 잃었다. 개전 사흘째인 15일에는 가스전 등 에너지 시설을 집중 공격했다. 이란도 미사일 약 200기와 드론 수십대를 동원해 이스라엘 공군기지와 텔아비브 예루살렘 등 주요 도시를 공격했다. 이스라엘은 방공망 아이언돔으로 대응했지만, 일부 탄도미사일이 요격을 피해 도심을 파괴하는 모습이 보도됐다.

이스라엘의 대이란 기습 공격은 미국-이란의 6차 핵 협상을 앞두고 시작됐다. 미국과 이란은 핵개발 중단과 경제제재 해제를 맞바꾸자는 협상을 해 왔다. 그러나 이란은 2015년 미국과의 합의를 어기고 무기급 우라늄 농축을 해 왔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스라엘이 핵시설 등을 노린 것은 이란이 6개월 이내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고 외신은 평가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이미 전쟁 상태였다. 이스라엘은 2023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에게 기습 공격을 받아 자국민 1200명이 숨졌는데, 하마스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이란이 뒤를 봐 준 또다른 무장단체인 레바논 내 헤즈볼라 최고사령관을 2024년 암살한 것도 대이란 전쟁의 일부였다.

이-이란 전쟁이 전면전으로 번질 경우 세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2022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2023년)에 이어 3번째 전쟁을 겪게 된다. 세 전쟁 모두 미국이 ‘세계의 경찰’ 역할에서 한 발 뺀 가운데 시작됐다. 미국은 15일 “이스라엘 공습과 우리와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 외교전략에 따른 것이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 실패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뒤 2010년 “미국이 혼자 다 해결할 수 없다”고 공개 선언했는데, 이젠 트럼프의 불개입 노선에서 어쩌면 다중(多重)전쟁이 낯설지 않은 뉴노멀이 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이-이란 전쟁이 지구 반대편 분쟁이라고 ‘강건너 불’일 수 없다. 국제유가를 들썩이게 하고, 원자재 가격 인상과 함께 물가상승 압박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미국이 어쩔 수 없이 부분적 군사지원을 결정한다면 무기 제공 등 동맹의 몫을 요구받을 수도 있다. 미국이 ‘경찰 국가’의 역할을 내려놓고 있는 지금, 더 불안해진 국제 정세는 우리에게 더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