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성향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사진)가 기존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제로 정치체제 전환을 꾀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크지만 정권 교체가 잦아 정치 및 사회가 불안정하다는 지적이 많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는 9일 “민주주의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조치를 승인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직면했다”며 야당들과 개헌 논의를 시작했다. 대통령제 개헌은 멜로니 총리의 지난해 9월 총선 공약이다.
이탈리아는 제2차 세계대전 패배 후 1948년 헌법을 제정할 때 베니토 무솔리니(1922∼1943년 집권) 같은 독재자가 나오지 않도록 총리에 대한 견제 및 권력 균형 장치를 많이 뒀다. 총리 권한이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정권이 자주 교체되고 정치적 혼란은 심해졌다. 로이터는 “이탈리아는 2차대전 이후 영국 독일의 2배가 넘는 70개 정권이 들어섰다”고 전했다.
멜로니 총리는 내각책임제와 대통령제 요소를 혼합한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은 직선제로 뽑되 의회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아 대통령을 견제한다.
개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개헌을 하려면 상하원 각각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한다.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우파연합 의석은 상하원 모두 3분의 2에 못 미친다. 의회에서 부결되면 국민투표가 남는다. 2016년 마테오 렌치 당시 총리는 상원의원 수를 줄이고 중앙정부 권한을 강화하는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쳤지만 부결되자 사임했다.
야당인 오성운동(M5S)과 민주당(PD)도 부정적이다. 주세페 콘테 오성운동 대표는 이날 멜로니 총리와 회동 후 “우리는 같은 의견을 내놓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은아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