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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서 수도권까지 해저에 ‘전력 고속도로’ 깐다

호남서 수도권까지 해저에 ‘전력 고속도로’ 깐다

Posted May. 09, 2023 08:00   

Updated May. 09, 20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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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지역의 남는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초고압 직류 송전망(HVDC)이 서해에 조성된다. 일종의 ‘전력 고속도로’를 해저에 깔아 전력 과잉 공급에 따른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을 막고, 호남-수도권의 전력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최악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이 전력망 구축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충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전력공사는 ‘제10차 장기 송·변전 설비 계획’이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고 8일 밝혔다. 이번 계획은 지역별로 편중된 전력을 전국에 고르게 분산할 수 있도록 전력망을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2022∼2036년까지 계획을 담고 있다. 이 중 핵심은 호남과 수도권을 잇는 전력망 구축이다. 태양광 설비가 밀집돼 있는 호남 지역에서는 전력이 과잉 공급되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2036년 태양광발전 보급 목표인 65.7GW(기가와트)의 약 63%가 호남 지역에 집중돼 있다. 문제는 전력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수요가 낮은 가운데 전력이 순간적으로 과도하게 공급될 때도 블랙아웃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

이에 따라 한전은 호남 지역의 남는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초고압 송전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해저 케이블 형태의 HVDC는 송전 과정에서 전력량 손실이 적어 기존 송전망보다 더 많은 전력을 더 멀리 보낼 수 있다.

문제는 전력망 구축에 소요되는 비용과 주민 반발이다. 10차 송·변전 설비계획에 들어가는 비용은 56조5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만 약 32조 원의 영업적자를 낸 한전으로서는 해당 비용을 충당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력망 구축 과정에서 예상되는 주민 반발도 부담이다. 호남-수도권 구간은 해저에 송전망을 깔지만 다른 곳은 지상에 송전탑을 세운다. 일부 환경단체는 송전탑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주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56조5000억 원의 전력망 구축 비용에는 주민 보상 부분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세종=김형민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