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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를 기억하라

Posted December. 09, 2020 07:28   

Updated December. 09, 2020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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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은 때때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박해의 기록이다. 프랑스의 이솝이라 불리는 장 드 라퐁텐의 ‘역병에 걸린 동물들’은 박해의 기록으로 손색이 없다. 특히 지금처럼 걷잡을 수 없이 병이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박해의 기록 혹은 알레고리.

 동물들이 역병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 그들은 역병을 하늘이 내리는 벌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잘못된 해석이지만 이것이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내몬다. 동물들의 왕인 사자가 회의를 소집하는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다. 사자는 무리 중에서 가장 큰 죄를 범한 동물을 제물로 바쳐야 역병이 진정될 것 같다며 자기부터 죄를 고백하겠다고 한다. 그는 아무 잘못도 없는 양을 잡아먹고 심지어 양치기까지 잡아먹었다며 필요하다면 자신이 제물이 되겠다고 제안한다. 그러자 여우는 왕에게는 잘못이 없고 우둔한 양이나 동물들 위에 군림하려고 했던 주제넘은 양치기한테 잘못이 있다며 아첨을 떤다. 다른 동물들은 박수를 치며 그 말에 동조한다. 호랑이, 곰, 멧돼지, 여우, 늑대와 같은 육식동물들도 그런 식으로 빠져나간다.

 마지막으로 당나귀 차례다. 당나귀는 너무 배가 고파서 수도원 풀밭에 들어가 풀을 뜯어 먹은 적이 있다고 고백한다. 그러자 늑대가 발끈한다. “뭐라고? 남의 풀을 뜯어 먹었다고?” 늑대는 당나귀가 신성한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가장 큰 죄를 저질렀다고 말한다. 다른 동물들도 그 의견에 동조한다. 그렇게 당나귀는 제물이 된다. 그들의 위선과 자기기만이 당나귀를 제물로 몰고 간 것이다.

 스토리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당신이 강하고 약하고에 따라 법정은 당신을 무죄나 유죄라고 판결할 것이다.” 우화가 너무 냉소적으로 사회를 묘사하는 것 같지만, 인간의 역사는 강자들이 힘없는 사회적 약자를 희생양으로 삼은 집단적 폭력으로부터 그리 자유롭지 못하다. 문학은 때때로 그 당나귀, 그 희생양을 환기하고 애도하며 프랑스 학자 르네 지라르가 말한 “박해의 텍스트”를 자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