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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영화는 맞지만...11세 여아 몸 훑는 카메라가 문제

성장 영화는 맞지만...11세 여아 몸 훑는 카메라가 문제

Posted September. 24, 2020 07:38   

Updated September. 24, 2020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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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구독을 취소하자(Cancel Netflix subscription).’

 세계 각지의 청원이 올라오는 웹사이트 ‘Change.org’에 이달 중순 올라온 것이다. 이 청원에 23일 기준 65만8000여 명이 동참했다.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서도 ‘#Cancelnetflix’ ‘#boycottnetflix’ 같은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수만 개다. ‘넷플릭스 구독 해지 인증 샷’을 올리는 사람도 있다.

 이 같은 보이콧 움직임을 촉발한 건 이달 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큐티스(Cuties)’다. 프랑스 감독 마이무나 두쿠레의 이 영화는 파리 교외 빈민가, 보수적인 무슬림 가정의 11세 소녀 에이미가 학교 친구들과 댄스 경연 대회에 참가하게 되면서 정숙을 요구하는 집안과 종교의 억압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그렸다.

 그러나 올 초 미국 선댄스영화제 월드시네마 감독상을 받은 이 영화는 어린 학생들의 선정적인 춤과 이를 보여주는 카메라 앵글이 아동을 성(性) 상품화하고 있다는 세계적인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가장 논란이 된 장면은 영화 중반 이후 에이미와 친구들이 결성한 댄스 팀 미뇬(Mignonnes·귀염둥이란 뜻의 프랑스어)이 배꼽티에 쇼트팬츠를 입고 바닥에 엎드려 엉덩이를 위아래로 흔드는 트워킹(twerking)과 웨이브를 하는 세 차례 신이다. 학생들은 혀를 내밀거나 손가락을 입에 물기도 하는데 이때 카메라는 에이미의 엉덩이, 배, 허벅지 등을 클로즈업하며 훑는다. 이 장면들이 ‘소아 성애자(pedophile)의 욕구를 충족시킨다’며 넷플릭스를 ‘Pedoflix(페도플릭스)’라고 비꼬는 조어도 등장했다.

 큐티스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영화의 메시지에는 공감할 수 있지만 이를 표현해내는 방법에는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최재훈 영화평론가는 “소녀를 바라보는 감독의 관점과 여자아이들의 육체를 성인의 눈으로 바라보고 훑어 내려가는 카메라의 시선에 분명 문제가 있다”며 “셀린 시아마 감독의 영화 ‘톰보이’에도 소년이 되고 싶은 10대 소녀의 누드가 빈번하게 등장하지만 카메라는 한 번도 그 육체를 대상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화연출을 전공한 정연수 씨(26·여)는 “골반과 엉덩이를 클로즈업하는 신에서 어른 남성의 시선이 느껴졌다. 11세 소녀들이 바라본 여성성을 담고자 했다면 이런 연출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넷플릭스와 두쿠레 감독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만들어진 여성성이라는 이미지를 요즘 아이들이 무비판적으로 모방하는 현실을 지적하고자 했다”며 반박한다. 두쿠레 감독은 넷플릭스와의 인터뷰에서 “SNS가 중요해진 현대 사회에서 여자아이들이 여성성을 어떻게 느끼고, 스스로의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는지 연구했다. 아이들은 성적 매력이 있는 여성을 더 멋있다고 느끼고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며 따라 하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도 “아이들의 성적 대상화에 반대하는 사회적 목소리를 낸 영화”라고 성명을 냈다.

 그러나 ‘영화의 주제의식이 관음의 시선을 담은 연출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우성 영화평론가는 “영화가 사회적 약자를 재현할 수는 있지만 피사체를 구경거리로 만들려는 욕망을 담고 있다면 그건 성의 상품화”라면서 “영화 ‘내부자들’에 나오는 술판에서 나체의 여성들을 쇼윈도 마네킹처럼 훑고 지나가거나, 영화 ‘귀향’에서 성폭행 장면을 천장에서 촬영해 구경하는 듯한 느낌을 준 카메라 앵글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반면 영화가 근본적으로 담고 있는 메시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양효실 예술비평가는 “소녀가 과거의 ‘전통’과 인터넷 문화가 상징하는 ‘새로움’ 사이에서 겪는 갈등, 초경을 통해 여성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분열, 목적을 향해 질주하는 정념의 주체 등 많은 것을 영화에 담아냈다”며 “소녀들의 과잉 성애화를 문제 삼을 수 있지만 카메라는 도리어 네 소녀를 자신의 일부로 껴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희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