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 전 신라시대 왕족이 제사에 사용한 음식 종류가 처음으로 밝혀졌다. 조개와 물고기는 물론 성게류와 요리가 까다로운 복어, 돌고래까지 제사 음식으로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일제가 발굴했던 경북 경주 서봉총을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재발굴해 새로 밝혀진 사실들을 담은 보고서를 7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봉총 재발굴 과정에서 무덤 둘레돌 주변에 큰 항아리를 놓고 무덤 주인에게 음식을 바친 제사 흔적이 발견됐다.
발견된 제사용 항아리는 총 27개로 북분(北墳·북쪽 무덤)에 10개, 남분(南墳·남쪽 무덤)에 13개, 경계가 모호한 것이 4개다. 이 항아리들에서 동물 유체 총 7700점이 확인됐고, 이 중 조개류는 1883점, 물고기류가 5700점으로 대다수였다.
특이한 것은 바다포유류인 돌고래, 파충류인 남생이와 함께 성게류가 확인됐다는 점이다. 신경 독을 제거하지 않으면 먹기 어려운 복어도 발견됐다. 이러한 제사 문화는 일제강점기 조사뿐 아니라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등 역사 기록에도 나오지 않은 것이다. 또 청어와 방어의 유체가 다수 확인된 것을 고려하면 서봉총의 남분이 가을에 완성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 김대환 학예연구사는 “이번에 확인된 동물 유체는 신라 무덤 제사뿐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식생활을 알려주는 자료”라며 “신라 왕족이 고래, 복어, 성게 등 다채로운 식생활을 즐겼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경주 서봉총은 경주 대릉원 일원에 있는 신라 왕족의 무덤 중 하나로 서기 500년 무렵 만들어졌으며 두 개의 봉분이 맞닿은 쌍분이다. 먼저 만들어진 북분은 1926년, 남분은 1929년 각각 발굴됐다.
서봉총은 금관을 비롯해 황금 장신구와 부장품이 다수 발견됐다. 그러나 일본 발굴단은 보고서를 간행하지 않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014년 서봉총 출토품 보고서를 간행했고, 2016, 2017년 재발굴을 진행해 북분의 직경이 일제가 조사한 36.3m보다 더 큰 46.7m임을 밝히기도 했다.
김민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