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바다의 날갯짓’이 재난을 불렀다

Posted May. 23, 2020 08:02   

Updated May. 23, 2020 08:02

中文

 “중국 베이징의 나비 날갯짓이 다음 달 미국 뉴욕에 폭풍을 발생시킨다”는 말이 있다.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이는 작은 나비의 날갯짓으로 인한 영향이 점점 커져 결국 지구 반대편에 폭풍을 가져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나비이론’이다. 별 상관없어 보이는 현상이 작년 말부터 올해 봄까지 전 세계에 재난을 가져왔다. 바로 ‘바다의 날갯짓’이라고 부르는 해수의 이상고온현상이다.

 인도양 동쪽 해수면은 시원하고 서쪽 해수면은 따뜻한 현상을 ‘다이폴(dipole)’이라고 부른다. 통상 다이폴 현상은 16년에 한 번 나타나는데 작년 말에 인도양 동쪽과 서쪽 해수온도 차가 2도가량 극심하게 벌어졌다.

 인도양에 다이폴이 발생하면 인도양 동쪽 해상과 동아프리카와 중동 남쪽인 오만, 예멘지역은 저압부가 된다. 그러면 이곳에는 많은 비가 내린다. 가뭄으로 시달리던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홍수가 발생해 수십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사막 메뚜기가 엄청난 번식을 시작했다. 남쪽 예멘과 오만에서 번식한 대규모 메뚜기 떼가 동아프리카와 파키스탄, 인도까지 이동하면서 엄청난 피해를 주었다. 인도의 경우 농경지 555만 ha가 초토화돼 약 170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고 케냐는 105만ha의 농경지가 황무지로 변했다.

 인도양 다이폴은 높은 해수온도로 유럽의 고온현상을 불렀고 이 고온은 편서풍을 타고 중국과 우리나라로 유입됐다. 작년 12월부터 올 2월까지 우리나라 겨울이 이례적으로 따뜻했던 이유다. 또한 인도양 다이폴은 인도몬순을 활성화시켜 파키스탄과 인도북부, 히말라야 지역으로 많은 비와 눈을 내렸다. 이 지역은 겨울에는 눈비가 내리지 않는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평년보다 2배에서 80배까지 많은 눈비가 내렸다. 올해 초에 네팔 안나푸르나에서 등정하던 한국인 교사 4명이 눈사태로 실종된 비극이 발생했다. 교사들은 눈사태가 가정 적은 계절을 택했지만 인도양 다이폴로 만들어진 많은 눈으로 산사태가 발생해 참사를 당한 것이었다.

 인도양 다이폴은 호주의 대형 산불에 기름을 부었다. 다이폴은 인도양 동쪽 지역으로는 저압부를 만들지만 그 남쪽에 있는 호주 지역으로는 고압부를 만든다. 호주에는 고압부가 만들어지면서 폭염과 함께 가뭄이 찾아왔다. 캔버라 등이 49도까지 오르는 폭염 속에 2019년 9월 시작된 호주 산불은 올해 초까지 이어졌다. 산불 피해가 가장 큰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만 약 400만 ha에 달하는 녹지가 잿더미가 되었고 왈라비 등 야생동물 10억 마리 이상이 희생됐다. 

 해수면 온도 상승이란 바다의 작은 날갯짓으로 기상 재난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서 대양의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하면 얼마나 더 큰 재난이 발생할까 두려워진다. 이젠 해수온도가 과거보다 상승해 예전 수준의 엘니뇨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