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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日‘지소미아 혼란’ 파고 든 北도발, 김정은이 웃는다

韓美日‘지소미아 혼란’ 파고 든 北도발, 김정은이 웃는다

Posted August. 26, 2019 07:24   

Updated August. 26, 2019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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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24일 오전 단거리 발사체 두 발을 발사했다. 올해 들어 벌써 9번째 도발이다. 북한 매체들은 어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초대형 방사포’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이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고 군은 북 도발과 무관하게 어제부터 이틀 일정으로 육·해·공군과 해경이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동해영토수호훈련’을 시작했다.

 북한의 도발은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이 끝난 지 나흘 만이자, 우리 정부가 일본 측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통보한 다음 날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진작 “연합훈련이 끝나면 도발도 멈추고 실무협상도 시작될 것”이라고 했고, 청와대도 최근까지 북-미 실무협상의 조속한 재개를 점치며 희망적 관측을 해왔지만, 그런 기대는 허망하게 빗나갔다. 김정은은 3년 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수중발사 시험 성공’까지 언급하며 더 큰 도발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특히 이번 도발은 지소미아 파기를 둘러싼 한일 갈등과 한미동맹 균열, 나아가 동북아 안보구도의 혼란을 부추기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지소미아 파기로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의 연결고리가 끊기는 상황을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확충하면서 향후 북-미 협상에서 몸값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여겼을 것이다.

 한미일은 이번 도발에 제각각 결이 다른 대응을 보여 북한의 노림수가 먹혀들었음을 드러냈다. 일본은 이전과 달리 한국보다 26분이나 먼저 발표했다. 비록 구체적인 정보는 없었지만 독자적인 정보수집 능력을 자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한국과 일본의 발표는 발사 시각이나 사거리에서 차이를 보여 공조 부재가 낳은 허점을 노출했다. 우리 정부는 이번에도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발사 중단’을 촉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단거리미사일을 제한한 적은 없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일본은 “명백한 유엔 결의 위반”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일본이 제공한 정보는 단 한 건도 의미 있는 게 없었다”며 지소미아 파기의 정당성을 역설하는 데 급급했다. 나아가 한 관계자는 “우리가 협정을 연장한 상태에서 일본이 일방 파기할 가능성이 있었고, 그러면 우리는 ‘바보’가 되는 꼴”이라고 했다고 한다. 일본의 기습 파기를 우려해 선제 대응했다는 것인데, 한일 간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시켜준 대목이다. 어제 시작된 동해훈련도 그런 차원이라면 한일관계는 회복 불능상태 아닌가 싶다.

 이런 한일 간 외교 실종 사태는 당장 28일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시행과 함께 향후 다양한 분야에서 대립을 심화시킬 것이다. 올해 초 발생한 초계기 위협비행과 레이더 조사(照射) 같은 한일 군사갈등이 충돌로 이어지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북핵·미사일 위협이라는 당면한 동북아 최대 현안 앞에 한일 갈등과 한미 균열을 방치할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위기의 한일, 한미관계 복원 외교에 적극 나서야 한다. 김정은만 웃게 만들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