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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오픈, 호주교포 이민지 시즌 첫 우승

Posted April. 30, 2019 09:05   

Updated April. 30, 20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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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승을 확정지은 호주 교포 이민지(23)는 동료 선수들에게 축하 물세례를 받으며 환호했다. 그 가운데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 최고참인 지은희(33)도 있었다.

 이민지는 지은희를 비롯해 김효주, 박성현, 허미정 등 한국 선수들과 친하게 지낸 게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런 이민지가 한국 선수들의 추격을 모두 따돌리고 시즌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번 정상 등극으로 세계 랭킹을 자신의 최고인 4위에서 2위까지 끌어올리게도 됐다.

 이민지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윌셔CC(파71)에서 끝난 LPGA투어 휴젤-에어 프리미아 LA오픈 4라운드에서 3타를 줄여 최종 합계 14언더파로 우승했다. 2위 김세영과는 4타 차였다. 우승 상금은 22만5000달러(약 2억6000만 원).

 이로써 이민지는 지난해 5월 볼빅 챔피언십 우승 이후 11개월 만에 LPGA투어 통산 5승째를 거뒀다. LPGA는 이민지가 새로운 세계 랭킹에서 1위 고진영에 이어 두 번째에 이름을 올린다고 발표했다.

 앞서 시즌 개막 후 준우승 2회, 3위 1회 등의 성적으로 상승세를 탔던 이민지는 우승 후 “캐디 제이슨 길로이드의 어머니가 암 투병 중인데 이 모자에게 트로피를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호주로 이민을 떠난 아마추어 골프 고수인 아버지와 티칭 프로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지는 주니어 시절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유망주였다. 2015년 LPGA 퀄리파잉스쿨을 재미 교포 앨리슨 리와 공동 수석 합격한 그는 신인 때만 해도 한국 선수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이민지의 소속사인 하나금융그룹 골프단 박 폴 팀장은 “호주에서 줄곧 성장한 데다 어린 나이에 낯가림이 있었다. 한국말을 할 줄 아는데도 영어만 쓴다고 한국 선수에게 혼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신인 때 이민지 데뷔 동기인 김세영, 김효주가 먼저 첫 승을 신고하는 모습이 이민지에게 동기를 부여하게 됐다. 어느새 그는 LPGA투어 강자로 떠오른 한국 언니들의 조언과 도움에도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김효주가 우승했을 때 통역을 자원했던 이민지는 지난해 11월 박인비가 경북 경주에서 주최한 이벤트 대회 초청에 기꺼이 응하기도 했다. 이민지의 메인스폰서와 의류 후원은 모두 국내 기업이다.

 이날 1타 차 선두로 출발한 이민지는 전반에 2타를 줄여 4타차 선두로 달아났다. 후반 들어 마지막 날이면 늘 입는 빨간 바지 차림을 한 김세영이 3연속 버디를 낚으며 2타 차로 추격했다. 그래도 이민지는 흔들리지 않았다. 13번홀(파5) 버디에 이어 18번홀(파3)에서 4.5m 버디를 넣어 승리를 자축했다.

 박세리에 이어 통산 20승을 노렸던 박인비는 1타를 줄여 고진영, 양희영과 공동 5위(8언더파)에 머물렀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