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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장별 교섭 대표노조 지위 놓고 양대 노총 세불리기 경쟁

사업장별 교섭 대표노조 지위 놓고 양대 노총 세불리기 경쟁

Posted February. 02, 2019 07:30   

Updated February. 02, 201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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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한국 노동계를 대표하는 두 축이다. 두 노총은 ‘탄력적 시간근로제 확대 반대’와 같은 중요 사안엔 한목소리를 내며 공조한다. 하지만 경쟁 관계일 때가 더 잦다. 민노총이 한국노총에 대한 불신으로부터 결성된 태생적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은 1946년 결성한 대한독립촉성노동총연맹(대한노총)을 전신으로 두고 있다. 대한노총은 우익 정치인과 자본가 계급을 위한 결사체에서 시작됐다. 1961년 중앙정보부에 의해 한국노총으로 개칭됐으나 정부 통제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민주화 이전 한국노총은 ‘어용 노조’란 비판을 받았다.

 민노총의 전신은 1987년 민주항쟁으로 탄생한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이다. 어용 노조운동과 결별하고 노동자의 이익을 진정으로 대변하겠다는 취지로 결성했다. 1995년 법외노조로 시작한 민노총은 1997년 노동관계법의 복수노조 금지조항이 폐지되면서 합법 단체가 됐다.

 이런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두 단체는 투쟁 노선에서도 차이가 있다. 한국노총은 비교적 온건하며 교섭을 중요시하지만 민노총은 여전히 총력 투쟁에 골몰하는 등 강경한 노선을 걷고 있다.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에 대해서도 한국노총은 협조적인 편이지만 민노총은 1999년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뒤 아직도 복귀하지 않고 있다.

 최근엔 민노총이 한국노총 규모를 따라잡으면서 외형적 경쟁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노총 조합원 수는 103만6236명, 민노총은 99만5861명이다. 현장에서는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노조가 사용자와의 교섭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지난해에 포스코의 한국노총 노조가 과반수 노조 지위를 확보하자 민노총이 “회사가 한국노총 가입을 종용한 것”이라며 ‘어용 노조’ 프레임을 씌우며 갈등을 빚었다.

 최근 한국노총 소속 SK하이닉스 노조가 1700% 성과급을 받기로 한 임금·단체협상 합의안을 부결시킨 것도 “더 많은 조합원의 이득을 얻기 위해 쉽게 회사안을 받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줘 민노총 소속의 새 노조와 교섭 대표 지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있다.


박은서 cl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