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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아르헨 충격의 16강 패배

Posted July. 02, 2018 07:20   

Updated July. 02, 201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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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1·아르헨티나)는 엉덩이에 손을 올린 채 한참 동안 그라운드에 서 있었다. 대회 기간 동안 갈색 턱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그의 얼굴은 경직돼 있었다. 또다시 꿈이 좌절된 그는 고통스러운 듯 이따금씩 찡그리기도 했다. 메시는 1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전에서 득점포가 침묵하면서 아르헨티나의 3-4 패배를 막지 못했다.

 4시간 뒤. 카잔에서 1530km 떨어진 러시아 소치에서는 또 다른 스타가 패배의 아픔을 맛봤다. 포르투갈이 1-2로 지고 있던 후반 추가시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포르투갈)는 성난 눈으로 주심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포르투갈 선수가 페널티박스 인근에서 쓰러졌지만 주심이 우루과이에 반칙을 주지 않았기 때문. 거친 항의로 경고를 받은 호날두는 경고 누적으로 포르투갈이 8강에 올라도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호날두는 이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포르투갈이 끝내 경기를 뒤집지 못하고 16강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세계 최고의 선수를 놓고 경쟁하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스타 메시(FC바르셀로나)와 호날두(레알마드리드)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둘은 이번에도 소속팀에서의 성공을 국가대표팀에서 재현하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메시와 호날두는 월드컵과의 지독한 악연을 이어갔다. 메시는 성인 무대에서는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획득하지 못했다. 그는 메이저 대회 준우승만 4차례(2014 브라질 월드컵, 2007·2015·2016 코파아메리카)에 그쳤다. 2016 코파아메리카에서 준우승한 뒤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가 대통령과 팬들의 만류로 복귀한 그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다시 한번 메이저 트로피에 도전했으나 16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호날두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4강에 올랐지만 이후 세 번의 월드컵에서는 모두 8강 진입에 실패했다.

 발롱도르 5회 수상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 클럽에서는 모든 영광을 누린 이들이지만 월드컵 트로피를 얻지 못해 ‘역대 최고의 선수(GOAT)’ 반열에는 오르기 힘들어졌다. AP통신은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 펠레(브라질)는 고국에 보물(월드컵 트로피)을 안기며 전설이 됐다. 팬들이 마라도나와 펠레를 인정하는 것은 소속팀 경력이 아닌 월드컵에서의 활약 때문이다. 메시와 호날두는 클럽에서는 최고의 선수로 기억될지 모르지만 국가대표팀에서는 영광을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메시와 호날두는 월드컵에 대한 극심한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둘은 ‘토너먼트 징크스’에 발목을 잡혔다. 메시는 월드컵 토너먼트(16강 이후 경기) 8경기에서 23개의 슈팅을 날렸지만 득점에 실패했다.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4골을 뽑아낸 호날두지만 토너먼트에서는 6경기에서 25차례 슈팅을 하고도 골 망을 흔들지 못했다.

 서른 살이 넘은 둘의 나이를 고려할 때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둘의 모습을 보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카타르 월드컵이 열릴 때 메시는 35세, 호날두는 37세가 된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메시와 호날두 모두 토너먼트가 시작된 16강부터 체력적으로 지친 모습을 보였다. 클럽 팀에서는 1, 2년 정도 좋은 신체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4년 뒤 월드컵에서는 최상의 모습을 보이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에서 쓸쓸히 퇴장한 메시와 호날두가 대표팀에서 은퇴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팀 동료들은 두 선수가 대표팀에 남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프랑스와의 경기 후 메시는 대표팀 은퇴 여부 등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팀 동료인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는 “메시가 대표팀에 계속 남아있고자 열망하기를 희망한다”면서 “메시가 축구를 그만뒀을 때 그가 얼마나 위대한 선수였는지 누구나 알 수 있게 할 수 있도록 메시는 계속 축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날두는 대표팀 은퇴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스페인 일간 마르카에 따르면 호날두는 “아직 미래에 관해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포르투갈에는 젊고 좋은 선수가 많다. 우리는 언제나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행복하다”고 말했다. 페르난두 산투스 포르투갈 감독은 호날두가 대표팀에 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호날두는 아직 축구를 통해 기여해야 할 것이 많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발전을 돕기 위해 대표팀에 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