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진 강수지의 리얼 연애

　TV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2000년대 초반부터 미국에서 ‘빅브라더(Big Brother)’나 ‘서바이벌(survival)’ 같은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둔 이후 대세를 이뤘다. 오늘날 한국의 주말 프라임타임 TV 프로그램도 ‘무한도전’ ‘1박2일’ ‘런닝맨’ 등 온통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다만 한국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서구의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리얼리티를 표방하지만 따져보면 드라마보다 좀 덜 연출된 상황에서의 리얼리티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출연자도 일반인보다 연예인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중에는 ‘연애 리얼리티’라는 분야도 있다. 미국 TV의 ‘총각들(The Bachelor)’ 같은 짝짓기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도 ‘짝’이라는 프로그램이 한때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출연했던 한 일반인 여성이 짝을 이루지 못한 상심으로 녹화 중 자살하면서 폐지됐다. 이후 진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시들해지고 젊은 연예인들이 가상결혼을 하는 ‘우리 결혼했어요’, 나이든 독신 연예인들이 등장하는 ‘불타는 청춘’같은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일반인이 등장하는 진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는 모르는 두 사람이 호감을 가져가는 과정에 시청자가 관심을 갖는다. 연예인이 등장하는 사이비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는 연애하는 것도 아니고 연애 안하는 것도 아닌 불분명한 상태에 흥미를 느낀다. ‘불타는 청춘’에서 개그맨 김국진과 가수 강수지는 서로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좋아하는 척 하는 것 같기도 한 ‘썸 타는’ 상황을 1년 넘게 끌었다. 두 사람이 어제 사귄다고 밝혔다.

　▷진짜 커플은 ‘우리 결혼했어요’에선 불발에 그쳤는데 ‘불타는 청춘’에서 나와 화제다. 일반인 두 남녀가 녹화도중 호감을 느껴 사귀게 된 것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나이가 들어 더 노골적으로 된 ‘청춘’들이 이것저것 잴 것이 많은 젊은 청춘보다 더 리얼리티에 충실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연애가 리얼리티가 되면 퇴장해야 한다는 이곳의 법칙을 두 사람도 피해가기는 어려울 듯 하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