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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팅녀의 육아법

Posted January. 31, 2015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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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까치발을 들고 엘리베이터의 숫자 버튼을 눌렀다. 뒤에 선 엄마가 말했다. 졌네. 엄마가 누르고 싶었는데. 닫힘 버튼도 아이 차지였다. 아깝네. 엄마가 또 졌어.

택배 아저씨가 손을 뻗어 층 번호를 누르는 순간 아이가 악을 쓰며 울기 시작했다. 아저씨 또한 아이가 원하는 방식으로 져주어야 했던 것이다.

아이에게 기꺼이 져주는 엄마들을 만날 때면 일본 드라마 퍼스트 클래스가 생각난다. 패션계에서 일하는 여성 사이의 암투를 노골적으로 그려낸 이 드라마의 핵심 콘셉트는 마운팅녀다. 마운팅(mounting)이란 원래 동물이 우위를 과시하기 위해 상대를 타고 오르는 행동을 뜻한다.

드라마의 마운팅녀들은 옷차림이며 미모, 배경, 학력 등으로 끝없이 서로를 비교하며 호시탐탐 경쟁자를 밟고 위에 서려고 한다.

현실의 여성 대다수는 이런 행동을 꺼린다. 그런데 일부는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마운팅녀의 면모를 드러낼 때가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모두를 이겨야 하는 아이의 엄마가 그렇다.

그녀 스스로가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기에 아이 역시 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일 게다. 엄마는 솔선수범해 져줌으로써 자신의 가장 소중한 가치를 아이에게 전해주려 한다. 따라서 내 위로 마운팅이야말로 그녀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사랑 표현인 셈이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엄마의 헌신적인 사랑과 아빠의 조건부 사랑을 균형 있게 받아 성장한 사람이 타인과도 사랑을 잘 주고받는 건전한 성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엄마의 헌신은 건전한 성인을 위한 육아방식과 거리가 있다. 엄마부터 마운팅하며 자란 아이는 남보다 우위에 서지 않고는 자존감을 찾아내지 못하는 미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마운팅녀 성향 엄마들의 걱정과는 달리, 긍정적 자아는 숱한 실패 또한 경험해 봐야 비로소 다져지는 것이다. 마운팅 같은 승리의 쾌감만 자주 맛보게 해준다고 기가 사는 것도, 인생이 순탄하게 풀리는 것도 아니다.

세상이 너를 응당히 대접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만큼 아이를 위험으로 모는 교육이 없다. 어른 중에는 엄마 아빠처럼 좋은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아이에게 이기는 즐거움을 일깨워 주기에 앞서 엄마 스스로 지나온 길을 꼼꼼하게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승리만으로 과연 행복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