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북한 응원단 실랑이

Posted July. 19, 2014 08:38   

中文

이효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예쁘고, 가무에 능하고. 뭇 남성들을 꽤나 두근거리게 만든 한 시대의 아이콘이다. 그럼 조명애는? 얼른 생각나지 않는다면 10여 년 전 일을 알기 어려운 청소년이거나, 여성의 외모엔 초연한 분 아니실지. 북한 조선국립민족예술단 소속 단원인 그는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대회에 앞서 한민족통일축제 한마당 참석 차 남쪽에 왔다가 빼어난 미모로 관심을 끌었다. 2005년엔 이효리와 휴대전화 광고에도 나왔다.

참, 이상하다. 북한 선수들이 대규모로 남한을 다녀간 것은 부산 아시아경기대회와 2003년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등 세 번이나 되는데 어떤 선수들이 다녀갔고, 어떤 성적을 거뒀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선수보다는 오히려 미모로 집중 조명을 받은 여성 응원단만 떠오른다. 북으로선 남측의 대북 경계심을 허무는 데 미녀들을 동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올해 9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 북측 선수단과 응원단이 참석하는 문제를 논의한 17일 남북 실무회담이 아무런 합의도 거두지 못하고 결렬됐다. 북측은 그 책임이 선수단과 응원단의 비용 문제에 대해 자부담() 원칙이라는 국제관례를 요구하고, 대형 인공기와 한반도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 남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북측은 대회 참가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반면 남측은 북측이 청와대 지령 운운하며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북측은 왜 과거 관행대로 안 해주느냐는 얘기고, 우리 측은 그렇게는 못하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이번 대회는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러나 남북이 복잡한 정치적 계산을 하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북측은 미녀 응원단으로 이번에도 남측을 홀릴 궁리는 그만두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미사일부터 그만 쏴야 할 것이다. 출연진이 바뀐들 북녀() 드라마를 네번째 보는 건 재미없다.

한 기 흥 논설위원 eligius@don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