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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에 열광하는 이유

Posted November. 22, 2013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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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오늘날까지 미국인의 상상력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암살됐기 때문이 아니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서거 50주년(11월 22일)을 앞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한 토막이다. 어떤 어려움에도 지지 않고 세상을 새롭게 만들려던 그의 불굴의 정신을 이어받자고 강조했다. 어쩌면 오바마의 상상력 속엔 자신이 바로 케네디의 현신()일지 모른다. 그를 꼭 닮은 자신에게도 지지를 보내달라고 호소하고 싶었을 것 같다.

젊고 잘생긴 인기 절정의 대통령이 46세의 젊은 나이로 암살됐다는 것만으로도 케네디는 죽지 않는다. 역사학자 로버트 댈렉은 그 이후의 대통령이 계속 실망스러웠다고 케네디 인기의 비결을 덧붙였다. 베트남전 철수, 워터게이트 스캔들, 이라크전, 재정위기 등의 우울한 현실에서 케네디는 미국이 한창 잘나가던 시절의 꿈과 이상, 희망과 가능성을 상징한다.

특히 그의 아름다운 아내와 사랑스러운 아들딸은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가 꿈꾸는 이상적 가정 그 자체였다. 샤넬과 디오르의 세련된 옷을 입고도 영국 빅토리아풍의 현모양처다운 기품을 내비친 재클린 여사는 왕실 없는 미국의 자부심이었다. 최근 부임한 케네디의 고명딸 캐럴라인 대사에게 왕가의 대우를 한 일본 역시 자부심에 넘치는 기색이다. 중요한 건 케네디 대사가 한밤중에도 오바마에게 직접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라고 게이오대 류이치 데시마 교수는 일본 분위기를 전했다.

재임 1036일 만에 급서()했기에 케네디가 더 살았다면 어떤 대통령으로 기억될지는 알 수 없다. 미소() 핵전쟁이 터질 수도 있었던 쿠바 미사일 위기를 막았지만 베트남전은 케네디의 재앙으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워싱턴의 엘리트 집단이 기를 쓰고 감춰 주었던 그의 여성 편력이 스멀스멀 퍼졌을지도 알 수 없다. 젊음과 활력 같은 그의 매력적 리더십이 스테로이드 약물 덕분임이 알려졌다면 재선도 의문이다. 단 한 가지, 열광할 수 있는 대통령을 가진 국민은 행복하다는 점만은 틀림없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