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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개석이 열리고 천년신비 속으로

Posted April. 03, 2013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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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불경을 읊조리는 목청이 더욱 높아졌다. 관광객이 하나둘 모여들고, 누군가는 두 손을 모으고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대웅전 앞을 뛰놀던 아이들조차 멈춰선 순간. 드디어 옥개석(탑 위 지붕처럼 덮는 돌)이 서서히 들어올려졌다. 경북 경주시 불국사 삼층석탑(석가탑) 사리공(사리를 모시는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경주석조문화재보수정비사업단은 2일 오후 국보 제21호 석가탑 2층 옥개석을 해체해 탑신()의 사리공(4119cm) 안에 모셔진 사리장엄구(부처의 사리와 이를 봉안하는 용기 및 기구)를 꺼냈다. 1966년 해체수리 후 재봉안됐던 석가탑 사리장엄구가 47년 만에 다시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당시 사리공에는 사리 48과()가 든 사리병과 금동제외합, 은제내합, 고려 초 석가탑을 중수한 기록이 담긴 문서가 들어있었다. 함께 나온 무주정광대다라니경은 세계 최고의 목판 인쇄물로 밝혀지며 큰 관심을 모았다. 이 보물들은 국보 제126호로 지정돼 서울 종로구 불교중앙박물관에서 보관 중이다.

2층 옥개석을 들어올리자 빛바랜 붉은색 보자기가 먼저 눈에 띄었다. 보자기를 걷어내자 사각 철제함이 보였다. 그 속에서 사리장엄구가 나왔다. 사리와 은제항아리, 목제사리병을 제외하곤 복제품이다. 은제내합 속 유리병에 모셔진 사리도 공개됐다. 오랜 세월 탓인지 검은 빛깔이었고 일부는 유리병에 눌러 붙어있었다. 불국사(주지 성타 스님) 측은 수습한 사리를 무설전()에 모시고 사리친견법회를 열 예정이다.

석가탑은 2010년 석재 균열 등을 이유로 보수 복원이 결정된 뒤 지난해 9월 해체 작업이 시작됐다.



정양환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