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현대중공업, GS, 한진, 한화, 두산 등 6개 대기업 집단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광고와 시스템통합(SI), 건설, 물류 분야에서 경쟁입찰 방식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롯데 등 6개 그룹은 29일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과 간담회를 갖고 자율적인 동반성장 방안을 논의한 뒤 이 같은 내용의 동반성장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인원 롯데 부회장, 최원길 현대중공업 사장, 서경석 GS 부회장, 서용원 한진 대표이사, 신은철 한화 부회장, 이재경 두산 부회장이 참석했다. 올 1월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에 이어 이들 6개 그룹이 경쟁입찰 확대를 약속함에 따라 상위 10대 그룹 모두가 일감 몰아주기 방지를 위한 자율선언에 참여하게 됐다.
김동수 위원장은 이날 국내 10대 그룹의 광고SI물류건설 분야의 내부거래 규모는 18조 원에 육박한다며 내부거래 중 상당한 물량이 경쟁입찰을 통해 개방되면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 집단에도 득이 된다고 말했다.
6개 그룹은 우선 올해 2분기부터 광고, SI, 건설, 물류 분야에서 경쟁입찰 방식을 점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그동안은 주로 그룹 내 광고나 SI 사업을 발주할 때 계열 광고회사나 SI 업체 등과 수의계약을 했는데, 앞으로는 경쟁입찰 방식을 도입해 외부 중소기업 등에도 사업 기회를 개방하겠다는 뜻이다. 먼저 각 그룹의 상장 계열사가 발주하는 일감부터 경쟁입찰에 부치고, 차차 비상장 계열사로 넓혀갈 계획이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의 투명성을 높이는 내부거래위원회의 설치도 늘어난다. 6개 그룹은 우선 상장 계열사를 시작으로 내부거래위원회를 확대하기로 했으며, 이미 내부거래위원회가 설치된 계열사는 위원회 운영을 강화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또 이날 47개 대기업 집단 전체를 대상으로 한 거래 상대방 선정에 관한 모범기준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모범기준에 따르면 광고, SI, 물류, 건설 분야에서 수의계약 방식의 거래는 긴급하거나 보안 유지가 필요한 경우에 한정하도록 했다. 또 대기업 계열사가 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부터 사업을 수주해 중소기업에 하도급을 주고 이 과정에서 통행세만 챙기는 것을 막기 위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직접 발주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담았다.
모범기준은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항이지만 다음 달 1일부터 대기업 집단이 대규모 내부거래를 하면 경쟁입찰 여부를 공시하도록 한 만큼 공정위는 이를 지키지 않는 그룹을 대상으로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조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문병기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