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김정은 시대가 열리면서 그의 혈육들이 어떤 역할을 맡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사람이 고모 김경희(65)와 고모부 장성택(65)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김경희는 막후에서 숨은 실세의 역할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오빠의 여인들과 자식들 관리를 전담했으며 후계자 김정은도 예외가 아니다.
장성택은 현재 북한의 최대 실세로 꼽히지만 김 씨 혈통이 아니라는 한계도 있다. 이 때문에 1970년대와 2004년 두 차례나 실각을 경험했다. 두 번째 실각과 관련해선 흥미로운 증언도 있다. 그는 2002년 10월 26일 북한 경제시찰단 18명을 데리고 서울에 와서 11월 3일까지 머물렀다. 이때 자본주의를 속속들이 알아야 한다는 이유로 서울 시내의 한 룸살롱까지 갔다고 한다. 당시 현장을 잘 아는 A 씨는 처음에는 차분하게 술을 마시던 장성택이 나중에는 폭음을 하면서 공화국의 앞날이 걱정이다라고 한탄을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어떤 정책수단을 써도 북조선 경제를 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을 마셨고 이튿날 일정까지 차질을 빚었다는 것. 2004년 실각에는 당시 룸살롱 사건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반면 한기범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전 국정원 북한담당 3차장)은 2003년경 박봉주 당시 내각 총리가 평양 광복거리 건설공사에 자재를 우선 공급하라고 지시했을 때 담당자들이 장 부장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고 보고한 게 실각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장성택은 지방으로 쫓겨 가 막노동을 하는 이른바 혁명화 과정을 거쳐 2006년 노동당 수도건설부 제1부부장으로 복권했다.
김정일 장례식장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의 여동생 여정(24)의 향후 행보도 관심사다. 여정은 1994년 김일성 장례식 때 김경희가 섰던 바로 그 위치에서 조문객들을 맞았다. 김정은이 권력을 굳혀가는 과정에서 여정이 김경희의 과거 역할을 대신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김정은의 형 정철(30)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정은에게 형이 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알려지면 주민들이 왜 장자가 계승하지 않았느냐고 술렁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아예 의전에서 배제됐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이 경우 정철은 앞으로도 투명인간의 길을 걸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력 의지가 동생보다 약했던 정철이 음악에 심취한 척 하면서 스스로 권력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조숭호 주성하 shcho@donga.com zsh75@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