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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양익준과 박정희

Posted February. 01, 2010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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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0년 4월 새마을운동을 시작하면서 자조()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자기의 빈곤이 타인의 책임인 것처럼 불평만 늘어놓는 농민은 몇 백 년이 걸려도 일어설 수 없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농민의 생활 개선에 집념을 보였지만 게으른 사람은 나라도 도울 수 없고, 의욕 없는 사람을 지원하는 것은 돈 낭비라는 메시지를 거듭 국민에게 전했다고 김정렴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회고한다. 올해로 40년을 맞는 새마을운동이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지역사회 개발운동의 모델로 인식될 만큼 성공한 것은 더 열심히 일하는 농민과 농촌부터 지원하고 격려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었다.

정부는 스스로 돕는 자부터 돕는다는 박정희 정부의 원칙은 다른 분야에서도 발견된다. 수출 진흥정책의 기업 평가기준은 철저하게 수출 실적이었다. 심지어 원호대상자 지원 때도 자조와 자립정신이 강한 사람을 우대했다. 박정희 패러다임은 일부 부작용도 있었지만 다수 국민을 자조정신, 즉 발전의 정신이 강한 경제주체로 변신시켜 빠른 경제성장과 국민의식 개혁을 가능케 했다고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은 분석한다.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이달 8일 검사()로 임관하는 하반신 마비 장애인 양익준 씨(31)가 걸어온 길은 도전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양 씨는 고교 3학년 때 집 난간에서 발을 헛디뎌 떨어지면서 하반신이 마비됐다. 휠체어가 없으면 외출도 할 수 없는 어려운 처지가 됐지만 좌절하지 않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의지가 대학 졸업과 사법시험 합격에 이어 최초의 휠체어 검사 탄생으로 이어졌다.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에는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기보다 남 탓 사회 탓 환경 탓으로 돌리는 풍조가 확산됐다. 정부나 정치권도 이런 경향에 편승하기 일쑤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득세할수록 개인도, 국가도 발전보다는 퇴영의 길로 접어들기 십상이다. 지금 처한 환경이 어려운 사람들도 난 안 되겠지 라는 마음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해나간다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양 씨의 말은 남의 탓이 입에 붙은 사람들이 경청할만하다. 자기책임의식은 아름답고 강한 의지의 힘은 크다.

권 순 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