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국회의원 투표 상습 불참은 책임정치 아니다

[사설] 국회의원 투표 상습 불참은 책임정치 아니다

Posted January. 20, 2010 08:36   

18대 국회가 개원한 2008년 5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년 반 동안 720개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됐다. 놀랍게도 720개 법안의 70%에 해당하는 500건 이상의 법안에 대한 표결에 불참한 의원이 민주당 11명 자유선진당 2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절반 이상 투표에 불참한 의원은 전체 의원의 20%에 해당하는 60명이나 됐다. 한국 정치의 후진성과 일부 의원의 불성실한 의정 활동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법안의 찬반 투표에 참여하는 것은 의원들이 자신을 뽑아준 국민을 대신해 마땅히 해야 할 기본적인 의정 활동이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의원이 중요한 국정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대의()민주주의는 전체 국민이 모든 의사 결정에 직접 참여할 수 없다는 한계 때문에 도입된 제도다. 따라서 의원들은 국민을 대신해 법률안을 제출하고 심의하며 찬반 토론과 표결에 참여한다. 투표 불참도 의사 표시라는 주장도 있을 수 있지만 상습적으로 법안 표결에 불참한 것은 심각한 직무유기일 뿐 아니라 대의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행위다.

각종 법안에 대한 의원 개개인의 찬반여부는 선거 때 유권자들이 후보를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법안에 대한 표결 내용이 평소 정치적 주장과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면 유권자들이 계속 지지 여부를 결정할 때 고려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의원들의 투표 내용이 상세히 공개된다. 국회에 제출된 의안은 헌법이나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그러나 투표 불참률이 지나치게 높으면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의 권위마저 손상시킬 수 있다.

법안 투표 불참률이 높은 의원들 중에는 구속돼 있었거나 투병생활 때문에 불가피하게 투표할 수 없었던 의원들도 일부 있기는 하다. 당 차원에서 소속 의원 전원이 투표에 불참하는 경우도 있고, 한꺼번에 수십 개의 법안을 표결 처리하기 때문에 한번 표결에 불참해도 수십 건의 법안 표결에 불참한 것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60명 의원이 국회를 통과한 절반이상의 법안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지난해 397개 법안을 표결 처리한 미국 연방 상원의 경우 의원 93명 가운데 투표 불참률이 10%가 넘은 의원은 단 4명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