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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70 세 노인

Posted December. 24, 200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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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 정동영 의원의 수난은 2004년 이 발언으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선을 앞둔 4월 1일 당시 열린우리당의 의장이었던 그의 노인 폄훼 발언에 민심이 들끓었다. 노인단체들은 625전쟁을 극복하고 경제기적을 일궈낸 우리가 왜 물러나야 하느냐며 분노했다. 급강하하던 당 지지율은 그가 공동선대위원장 및 비례대표 후보를 사퇴한 뒤에야 회복될 수 있었다.

증거도, 증인도 없고, 진술의 일관성과 신빙성도 없는 상황에서 70세 노인(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 지칭)의 주장만을 바탕으로 기소한 공소장. 검찰이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불구속기소하자 한 총리 측에서 내놓은 논평이다. 70세 노인의 주장은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엿보여 또 한번 노인 폄훼 파문을 일으킬 조짐이다. 돈을 받았는지 안받았는지는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왜 그런 70세 노인에게 중요한 공기업 사장자리를 맡겼단 말인가.

평소 한 전 총리의 뇌물 수수 여부에 별 관심이 없었다는 김효성 서경대 석좌교수(68)는 70세 노인이 어떻단 말이냐?며 서글퍼짐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나이가 들수록 체력은 떨어질지 모른다. 사람마다 건강상태가 다르고 80줄 90줄에 들어서도 통찰력과 판단력은 물론 기억력도 짱짱한 이들이 적지 않다.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고령화 사회로 진행되면서 세계적으로도 나이든 이들이 정치 경제 사회를 지배하는 제론토크라시(gerontocracy) 시대다.

곽 전 사장과 그날 그 자리에 동석했던 강동석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조직위장(71)도 비슷한 연배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올해 85세로 서거할 때까지 쉬지 않고 활동을 했다. 한명숙 정치공작 분쇄 공동대책위원회 논평대로라면 일관성과 신빙성도 없는 노인에게 나라가 휘둘렸다는 해석도 가능할 판이다. 한 전 총리도 1944년 생이니 5년 뒤면 70 줄로 들어서는데 그렇게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법리와 증거를 놓고 치열하게 유무죄를 다투더라도 나이든 세대에 대한 모독은 피할 일이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