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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아, 영혼이라도 함께 오르자

Posted September. 24, 200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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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떠오른 태양이 밤새 내려앉은 안개를 밀어내던 시각. 고() 고미영 씨의 사진을 제단 앞에 내려놓는 철의 여인은 말이 없었다. 사진을 애써 외면하던 그는 살짝 고개를 들었다. 웃고 있는 동생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마음속으로 두 달 전 세상을 떠난 후배의 영혼에게 인사를 건넸다.

미영아, 잘 지내니. 안나푸르나에 같이 오고 싶었는데 나 혼자 왔네. 영혼이라도 꼭 같이 올랐으면 좋겠다.

23일 오전 7시(현지 시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는 원정대의 안전을 기원하는 현지 전통 의식인 라마제가 열렸다. 오은선 대장(43블랙야크)은 고인을 추모하며 등반 성공을 빌었다. 고 씨는 두 달 전 낭가파르바트(8126m)에서 하산 중 사망했다. 오 대장과 고 씨는 당시 여성 최초의 히말라야 14좌 완등을 두고 경쟁 중이었다.

오 대장은 국내 여성 최초로 1993년 에베레스트 정상(8848m)에 선 고() 지현옥 씨 추모제도 올렸다. 1999년 안나푸르나 등정 후 실종된 지 씨의 추모비는 베이스캠프에서 20분 정도 올라간 메모리얼 힐(Memorial Hill)에 있다. 지 씨의 추모비에는 안나푸르나 하늘에 별이 된 그대들의 영혼을 내 가슴 속에 묻노라라고 써 있었다. 오 대장은 추모비 앞에서 끝내 눈물을 훔쳤다.

오 대장은 두 고인을 생각하며 한결 선명해진 안나푸르나 정상을 바라봤다. 안나푸르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 오 대장의 눈은 한결 빛났다.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