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하토야마의 한국과 거리 좁히기 긍정적이다

일본에서 하토야마 유키오 대표를 총리로 하는 민주당 정권이 오늘 공식 출범한다. 지난달 30일 중의원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사실상 54년만의 정권교체에 성공한 하토야마 내각이 외교정책과 내정()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일본뿐 아니라 세계의 관심사다.

하토야마 정권의 주요 인사들은 대체로 한국에 우호적이며 한일 관계 증진에 적극적이다. 하토야마 총리 후보자는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반대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가 올해 5월 민주당 대표가 된 뒤 처음 방문한 나라는 한국이었고 총선 승리 후 처음으로 전화 통화를 한 외국 정상도 이명박 대통령이었다. 외교정책을 책임질 오카다 가쓰야 외상 내정자는 7월 말 도쿄주재 한국특파원들과 만나 일본에서 민주당 정권이 출범하면 한일 관계는 확실히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카다 내정자를 비롯해 일본 민주당 의원 중에는 한일 각계인사 토론모임인 한일포럼 단골멤버가 자민당 의원보다 많다. 하토야마 총리 등의 한국과의 거리 좁히기 행보는 양국 관계의 질적 발전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연합뉴스 및 일본 교도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하토야마 정권이 들어서서 한일 관계가 한 단계 새롭게 올라가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이 과거사를 직시하는 것을 전제로 내년 중 일본 천황의 방한을 희망한다는 뜻도 밝혔다. 세계 주요20국(G20)의 멤버이면서 아시아의 대표적 민주국가인 두 나라의 우호 증진은 글로벌 차원의 영향력 공동행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국과 일본은 양국간 협력 못지않게 북핵, 글로벌 경제위기, 아시아 공동체, 지구온난화, 녹색성장 등 글로벌 차원에서 공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하토야마 정권 출범을 계기로 두 나라가 긴밀히 협의하고 보조를 맞춰 양국의 윈윈과 아시아 및 세계의 평화 번영을 위해 의미 있는 성과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잊을 만 하면 터져 나온 일본 일부 지도층 인사의 망언()은 한일 관계를 삐걱거리게 만든 결정적 원인이었다. 아무리 미래지향적 관계가 중요하더라도 한일 두 나라의 특수한 과거를 감안할 때 일본 측이 과거사의 상처를 건드리면 양국 관계가 냉각 악화될 수밖에 없다. 하토야마 정권은 이 점을 각별히 유념할 필요가 있다. 독도 문제도 당장 해법을 찾아내지는 못하더라도 일본이 한국의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