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설설 끓는 박근혜 당권론 박은 냉담

Posted May. 13, 2009 08:10   

中文

박근혜가 전면에 나서라.

한나라당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차기 당 대표에 출마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의중과는 상관없는 말이다. 당을 전면적으로 쇄신하고 친이와 친박 간 갈등의 뿌리를 근본적으로 없애려면 박 전 대표가 대표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논의는 조기 전당대회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이러려면 내년 7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는 현 지도부는 사퇴해야 한다. 박 전 대표가 당의 전면에 나서면 차기 대권구도가 조기에 가시화될 수밖에 없다. 내년 5월 지방자치단체선거 공천에서도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카드다. 당 쇄신 카드로는 적합할지 모르지만 친이로선 많은 것을 내놔야 한다. 친박도 그동안 여당 내 야당 역할에서 벗어나 국정 운영의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많다.

박근혜 당 대표는 마지막 당 화합 카드

박 전 대표의 당 대표 출마 얘기는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가 무산되면서 나오기 시작했다. 박 전 대표의 거부권 행사로 당 화합과 쇄신 논의가 겉돌자 제대로 된 당 화합책은 이것밖에 없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당내 개혁성향 초선 의원 14명의 모임인 민본21과 친이계 모임인 함께 내일로는 이미 박 전 대표가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이계 한 재선 의원은 12일 김무성 의원의 원내대표 추대가 불가능하다면 박 전 대표를 당 대표로 추대하는 것이 당 화합을 위한 마지막 카드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 친이계 초선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출마한다는 것은 이 대통령과의 교감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전당대회로 인한 내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이 측은 겉으로는 찬성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박 전 대표가 당권을 잡게 되면 당의 중심추가 박 전 대표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만약 박 전 대표가 대표를 하면서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면 이 대통령은 조기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현상)을 맞을 수도 있다. 일부 친이계 의원 사이에선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포기하자는 말이냐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상황이 다급하다는 게 문제다.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질 경우엔 집권 3년차를 맞게 되는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리더십은 크게 훼손될 소지가 크다. 한 친이계 인사는 박근혜 대표 체제라 하더라도 친이계에서 원내대표를 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원칙론자인 박 전 대표가 명분에 어긋나는 당 운영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차기 보장 여부가 관건

박 전 대표 측에선 조기 전당대회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박 전 대표는 11일 귀국 후 인천공항에서 이 같은 질문에 이미 태도를 밝혔다며 선을 그었다. 측근들도 박 전 대표는 당분간 조용한 행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 전당대회가 열린다 해도 박 전 대표가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차기 대권을 쥐려는 박 전 대표가 지금처럼 이 대통령과의 불편한 관계를 계속 갖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대통령이 어떤 형태로든 박 전 대표에게 차기를 보장하면서 당권을 제안하면 박 전 대표도 이를 거부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박 전 대표가 대표를 맡을 경우 대권 수업을 쌓을 기회를 갖게 된다. 이 대통령 또한 당 화합을 기반으로 국정을 이끌 수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상당 부분을 내놓아야 하고 박 전 대표도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이해득실 셈법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담판을 짓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박정훈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