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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남 최성국 이병이 경례할까봐 눈 돌렸죠

유부남 최성국 이병이 경례할까봐 눈 돌렸죠

Posted May. 02, 2009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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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 23일 경기 성남 국군체육부대 연병장. 우렁찬 경례 구호 소리가 화창한 봄 하늘을 깨웠다. 주인공은 아직 소녀티가 남아 있는 여자 축구 부산 상무 선수들이다. 훈련 참관 차 들른 이정은 부대장을 향해 충성을 외치는 이들의 모습은 해병대도 울고 갈 정도로 능숙했다.

처음엔 경례를 하기는커녕 잘 받지도 못했어요. 최지혜 하사(25)는 임관한 뒤 처음 부대에 왔을 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병사들이 경례하면 누구에게 하는 건지 몰라 주위를 두리번거리거나 도망치기도 했다며 웃었다. 이제 그는 상무에 온 지 2년이 넘은 어엿한 고참. 충성을 외치는 병사들에게 수고해라며 미소 짓는 여유까지 생겼다.

20일 개막한 여자실업축구 WK리그에 맞춰 구슬땀을 흘리는 부산 상무 선수들은 모두 계급이 하사인 군인 신분이다. 입단 전에 5주 군사훈련에 11주 특기교육까지 고된 훈련을 견뎌냈다. 축구 외에 정신교육과 사격훈련 등 빡빡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2007년 창단 멤버인 신귀영 하사(26)는 생소한 군인 신분에다 힘든 군사훈련 때문에 오기 전엔 고민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창단 3년째를 맞은 상무는 이제 여자 선수들이 선호하는 인기 팀 가운데 하나가 됐다. 선수들이 꼽는 상무의 가장 큰 매력은 가족 같은 끈끈함. 특기교육 때 화장실 변기에 앉아 밤을 밝히며 함께 공부한 이들은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안다. 한국 축구 최초의 여성 사령탑 이미연 감독(35)은 군사훈련 장소로 면회 갔을 때 얼굴이 트고 손톱까지 새까만 선수들을 보고 눈물을 왈칵 쏟았다면서 이때부터 선수들은 모두 내 새끼가 됐다고 했다. 상무 선수들은 선수 생활을 그만둔 뒤 직업 군인으로 지낼 수 있다. 영어, 컴퓨터 등 군대에서 제공하는 갖가지 교육 혜택도 받는다. 안정적인 직장인 상무를 선호하는 선수도 많다.

계급이 우선인 군대이기 때문에 에피소드도 많다. 학교 다닐 때 서로 친했던 선수들이 상무에선 한 기수 차로 하늘과 땅 사이가 된다. 나이는 많지만 병사 신분인 남자 프로축구 광주 상무 선수들이 훈련장에서 여자 선수들에게 충성을 외치는 풍경도 이채롭다. 부산 상무의 한 선수는 얼마 전 광주 상무 최성국 이병(26)과 마주쳤는데 일부러 눈을 돌렸다면서 차마 애 아빠의 경례는 못 받겠더라며 웃었다.

이번 리그에 참가하는 부산 상무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좋다. 조직력이 해를 거듭할수록 나아졌고 드래프트로 기량이 좋은 선수들도 뽑았다. 27일 수원시설관리공단과의 리그 첫 경기에서 2-1로 이기며 첫 단추도 잘 끼웠다. 이날 팀의 두 골을 모두 책임진 최선진 하사(21)는 처음 사격훈련을 할 때 총의 반동이 생각보다 커 얼굴에 멍이 들었다며 총 쏘는 것보다 축구하는 게 쉬웠다며 웃었다. 이 감독은 올 시즌 K리그 광주 상무의 돌풍은 어깨를 무겁게 하는 한편 좋은 자극제도 된다면서 부대장에게 거수경례하는 골 세리머니를 이번 시즌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