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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문.사.철.수.물.화.생

Posted March. 20, 200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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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로렌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20012006년 하버드대 총장을 역임했다. 그는 28세에 하버드대 역사상 최연소로 테뉴어(정년보장)를 받은 탁월한 경제학 교수였다. 그러나 여성 차별발언에 휘말려 임기를 채우지 않고 총장직을 사퇴했다. 총장 재직 중 가장 큰 공적은 30년간 변치 않았던 하버드대 교양과정을 개편한 일이었다. 첨단기술과 신지식이 쏟아져 나온 시기에 그가 택한 방식은 인문학()으로의 회귀였다.

미국과 유럽 대학들은 학부에선 교양과목을 강조한다. 미국에선 문학 역사 철학 등 인문학과 수학 물리 화학 생물 등 자연과학을 집중 교육하는 리버럴 아츠 칼리지(교양학부 대학)가 228곳이나 된다. 전문교육이나 직업교육은 로스쿨 메디컬스쿨 저널리즘스쿨 또는 MBA(경영학석사) 같은 대학원에서 담당한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대학의 고유한 역할인 교양교육을 홀대하게 된 것은 산업화에 필요한 기술 실용학문에 대한 국가적 요구가 더 강했기 때문이다.

신학기를 맞아 최소 수강인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의 비인기 학과들이 간판을 내리고 있다. 폐강()의 비운을 맞은 강좌 대부분이 인문 자연과학 과목이다. 고려대와 연세대 폐강 과목의 46%는 문사철 과목이었다. 나노기술의 이해(서울대) 등 기초과학 과목의 폐강율도 높았다. 학문 연마보다는 당장 취업이 급한 대학생들에게 이런 기초학문 수강이 한가롭게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가 근본적인 무엇을 놓치고 있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밀려온다.

돈을 잘 벌고 직업 안정성이 높은 학문이 인기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위대한 최고경영자(CEO) 다수가 독서광이거나 인문학에 빠져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세기 최고의 창의적 경영자인 애플의 스티븐 잡스가 소크라테스와 점심식사를 할 수 있으면 우리 회사의 모든 것을 걸겠다고 말한 것은 경영이 곧 사람을 대상으로 한 고도의 철학적 행위라는 생각의 반영 같다.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를 쓴 일본 논평저술가 다카바나 다카시는 현대의 교양은 자연과학이라고 강조했다. 수물화생과 문사철을 살려야할 텐데.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