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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제위기 극복과 대한민국 재구축의 해

[사설] 경제위기 극복과 대한민국 재구축의 해

Posted January. 01, 2009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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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첫 아침이다. 올해는 전 세계가 경제위기를 돌파하느냐, 더 큰 고통의 수렁에 빠져드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지금 한국경제는 1997년 말 외환위기 상황처럼 급성()은 아닐지라도 그 때에 못지않게 어려운 환경에 둘러싸여 있다. 11년 전 외환위기는 아시아 일부 나라에 국한돼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 지원을 받기가 비교적 쉬웠다. 세계경제의 호황으로 수출이 늘어나 위기 극복을 견인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건전했던 국가재정의 힘으로 금융의 부실을 보완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글로벌 차원에서 금융과 실물위기가 동시다발로 확산되면서 우리의 주요 수출대상국인 미국 중국 유럽연합(EU)에서도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미 우리 수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두자리수 감소율을 보이고 있다. 내수 시장이 작아 수출마저 추락하면 경제의 활로가 없다.

더구나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조짐이 세계적 교역 위축으로 이어지면 우리나라는 최대 피해국에 낄 우려가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난관을 헤쳐 나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련만 양국 의회에 반대세력이 만만찮아 답답할 뿐이다. 진행 중인 한-EU FTA 협상도 속도를 내야 한다.

시장의 위기 상황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훨씬 중요해진다. 우리나라도 세계 주요국처럼 신속 과감한 대규모 경기 활성화 대책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어떤 정책도 모든 기업을 다 살리고 현재의 일자리를 다 유지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어낼 수는 없다. 공기업이건 민간기업이건 방만 경영과 비효율로 경쟁력을 잃은 부분은 합리적으로 구조조정을 유도해야 경쟁력이 배양되고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된다. 퇴출이 쉬워야 진입이 쉽고, 해고도 유연해야 고용이 느는 것이 시장원리다.

새해엔 특히 일자리 창출이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노사가 감원보다는 감봉, 퇴출보다는 일자리 나누기로 힘겨운 고비를 함께 넘기는 지혜와 양보의 실천이 절실하다.

경제를 살리고 민생고를 덜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모든 경제주체들이 협력하고 지혜를 모은다면 못할 것이 없다. 우리에겐 위기 극복의 유전인자가 있다. 대한민국은 반세기 전 전쟁의 폐허 위에서 떨쳐 일어나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이룩한 거의 유례가 없는 나라다. 그리고 그 주역이 바로 우리 국민이다.

세계화와 경쟁에서 뒤쳐진 취약계층을 돌볼 정책과 사회안전망이 훨씬 강화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재원과 정책 수단의 배분을 둘러싸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부자와 빈자의 갈등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약자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 대기업과 부자를 때리는 정책은 오히려 경제 활성화를 방해하고 서민에게 더 큰 고통을 안길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국익과 민생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보다 명쾌하게 국민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국가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집단이 아닌 한 반대세력을 최대한 포용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국민이 경제위기 타개 노력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각국은 경제위기 탈출을 위해 국가 잠재력을 최대한 결집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선 일부 세력이 궤변을 들이대며 경제 살리기에 쏟아야 할 국력을 분산시키고 있다. 불법과 폭력으로 거짓 선동을 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법치의 원칙을 단호하게 보여줘야 한다. 2009년은 경제위기 돌파와 함께 국가사회의 정상성()을 되찾는 대한민국 재구축의 해가 돼야 할 것이다. 눈앞의 어려움에 사로잡혀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우리 하기에 따라서는 선진국 진입을 앞당길 수도 있고, 여기서 주저앉을 수도 있다.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미래의 먹을거리를 만들어낼 과학기술에 호황 때보다 더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정보기술(IT) 나노 바이오 대체에너지처럼 미래의 성장 동력이 될 분야의 연구개발에 좀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4대강 정비사업도 궁극적으로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이어져야 한다.

어렵다고 움츠러들기만 할 일은 아니다. 화합과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정치지도자의 리더십과 이에 대한 국민의 신뢰만 있다면 거친 풍랑을 얼마든지 헤쳐 나갈 수 있다. 우리 모두가 비장한 각오로 노를 함께 젓자. 희망을 품고 기운을 내자. 선진 대한민국을 향해 다시 뛰자. 미래가 두려울수록 함께 뛰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