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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상득 스트레스

Posted December. 13, 200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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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출범 후, 첫 청와대 비서진 인선 때 얘기다. 당시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장다사로 비서실장은 한 언론사 기자로부터 (당신이) 청와대 정무비서관으로 가는 것 같던데 맞느냐고 묻는 전화를 받았다. 깜짝 놀라 이곳저곳에 알아보니 사실이었다. 그런데도 정작 이 부의장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답답해 밤 11시쯤 이 부의장 자택을 찾아갔더니 이 부의장은 자신도 모르고 있었다는 듯이 그래?라고 되물은 뒤 한참 뒤에야 알았다(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권력 주변의 생리로는 납득이 잘 안 가는 일이었다.

최근 민정수석실로 자리를 옮긴 장 비서관은 사석에서 그때를 떠올리며 이상득 의원은 그런 사람이다. 자기 비서실장이라도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하는 법이 없다고 했다. 장 비서관은 전두환 정권 시절 민정당 공채 5기로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 이회창 총재 보좌관, 당 부대변인 등을 지내면서 권력의 이면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는 (이 의원이) 기업 오너 밑에서 전문경영인을 오래 한 탓인지 과거 권력자들과는 스타일이 다른 것 같다고 했다. 이 의원은 코오롱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그러나 세상의 시선은 다르다. 오죽하면 만사형통()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이 의원은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 정무위 의원 성향분석이란 제목의 문건을 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또 한 번 구설수에 올랐다. 문건 자체는 그리 대단한 게 아닐 수 있다. 이 정도 문건은 서울 여의도에선 늘 떠돌아다닌다. 하지만 홍준표 원내대표가 지적한 것처럼 대통령의 형에게 정보를 주고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이 제공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이 의원은 그제 일본 도쿄에서 대통령 친인척의 폐해나 오너 경영의 문제는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고 했다. 기업 CEO 출신에 국회의원만 6선이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꼭 인사나 이권에 개입해서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삶이 팍팍하고 어수선한 시절엔 만사형통이라는 말 자체가 국민에게 스트레스일 수 있다. 이 의원은 내가 무슨 죄라도 지었느냐고 했지만 한국사회에선 대통령의 형인 게 죄()가 될 수 있다.

김 창 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