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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보수 분열, 이회창 씨의 새 원죄

Posted November. 07, 2007 07:24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오늘 기자회견을 갖고 대선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 측근은 이 전 총재가 장고에 장고를 거듭한 끝에 정치 일선에 다시 서시는 큰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안타깝다는 말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그는 끝내 한국 민주주의와 정치발전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기로 작정한 듯 하다. 역사의 죄인이 따로 없다.

그에겐 출마가 큰 결단일지 몰라도 우리에겐 배신과 부도덕의 극치로 보인다. 자신을 두 번이나 대선후보로 뽑아준 당에 어떻게 그런 식으로 비수를 꽂을 수 있는가. 2002년 대선만 해도 경위야 어떻든 당은 그의 당선을 위해 노력하다 차떼기 당이란 오명까지 얻었고, 일부 당직자들은 감옥에 갔지만 그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당은 그가 다치지 않도록 안간힘을 썼다. 그런 당에 보답은 못할망정 이 무슨 몹쓸 배신인가.

이 전 총재는 좌파 정권의 종식 대신 보수의 분열을 택함으로써 한나라당과 이 나라에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범하려 하고 있다. 그는 정치지도자로서 무능하고, 오만했기에 좌파 10년을 불러들인 장본인이다. 그런 그가 다시 보수의 분열을 재촉함으로써 좌파 정권의 잔명() 유지를 돕는 꼴이 된다면 이보다 더한 자기부정이 있을 수 없다.

이 전 총재는 보수 대연합과 후보의 유고() 가능성을 출마 이유로 내세우려 하지만 후안무치한 궤변일 뿐이다. 그의 대북정책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대북정책과 큰 차이가 없다. 이 전 총재야말로 지난 두 번의 대선 때 시류에 영합하며 모순된 대북정책을 보였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국기() 걱정 운운하지만 한나라당이나 이 후보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한 적이 없다. 오죽하면 범여권에서조차 그의 출마를 역사의 코미디라고 하겠는가.

모든 것은 결국 그의 노욕()과 비겁한 기회주의에서 비롯되고 있다. 당의 공식 후보의 취약점과 불안정안 당내 역학구도를 어떻게든 악용해서 자신의 권력욕을 충족시켜보겠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한 사람의 대통령병() 때문에 온 나라와 온 국민이 다시 시대착오적인 좌파정권 밑에서 신음할 수는 없다.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설령 그가 출마한다고 해도 국민이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국격()의 위기, 국정의 혼란, 민생의 피폐는 지난 10년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