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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 맏언니 나라살림 맡다

Posted March. 25, 2006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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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과 만남은 그에게 태생적인 것일지 모른다. 그는 평양에서 태어났지만 625전쟁이 터지면서 부모님의 손을 잡고 월남한 이산가족 2세이기도 하다.

아들의 이름은 박한길. 남편의 성과 자신의 성에 이름 길을 지어 붙였다. 이 아들은 지난해 2월 군에 입대해 경기 북부의 한 공병부대에서 현역병으로 근무한다.

한 후보자는 1980, 90년대 재야 여성운동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성향도 진보적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대학 시절 초기에만 해도 세상 물정에 까마득하게 눈먼 청맹과니였다는 게 한 후보자의 얘기다. 남편의 구속을 계기로 재야운동가로 변신한 한 후보자는 1974년 크리스챤아카데미 여성분과 간사를 맡아 여성 인권운동에 뛰어들었고, 1979년 아카데미 간사들이 교육생들에게 용공 교육을 시켰다는 크리스챤아카데미 사건으로 구속돼 2년 6개월간 복역했다. 이때는 부부가 함께 감옥살이를 한 시기였다.

재야 여성운동계의 맏언니였던 그가 정치에 발을 들인 것은 2000년 새천년민주당이 창당될 때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통해 영입된 한 후보자는 그해 16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달았다. 환경부 장관 때에는 사무실 안에서 넥타이를 매고 있는 것, 일과 후 윗사람이 퇴근할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 등을 비효율적 관행으로 꼬집은 일이 유명하다.

지난해 1026 국회의원 재선거 직후 열린우리당 지도부 총사퇴로 상임중앙위원직에서 물러난 그는 총리 발탁을 예감이라도 한 듯 이후 대학교수 등에게 경제 과외수업을 받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화합 정치를 내세워 한 후보자를 새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면 한 후보자는 한국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된다.

한 후보자는 늘 세상을 움직이는 부드러운 힘을 강조한다. 살벌한 정치판에서도 운동권 출신답지 않게 온화한 면모를 보여 와 적()이 별로 없다. 외로운 새댁 시절 남편의 옥중 편지를 먹고 살았다는 그는 요즘에는 군대 간 아들의 병영 편지를 먹고 산다.

그의 모성() 정치가 상생()의 정치로 빛을 발할지. 그는 이제 막 시험대에 올랐다.



김정훈 조수진 jnghn@donga.com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