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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치 불사조

Posted December. 12, 2005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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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서 꼭 40대라야 된다는 인위적인 조건 자체가 얼핏 첨단의 시대감각처럼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후진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변칙풍조가 아닌가. 나이를 정치적 이익과 결부시켜 정당에 충격을 가하고 (나이로 공격해서) 보수야당의 인화와 서열에 금이 가게 했다. 요즘 얘기가 아니다. 유진산() 회고록 해뜨는 지평선의 한 대목이다. 1970년대 YS, DJ의 40대 기수론에 밀려난 노()정객의 한탄이었다.

젊음을 첨단의 감각처럼 앞세워 선배를 내몬 양 김씨도 세월과 더불어 무대를 떠났다. 대통령까지 지내고 물러난, 둘 다 여든 전후의 노인이다. 지금 40대 기수가 판치는 국회를 바라보는 소회는 어떨까? 16대 국회에 비해 40대가 약진하고 30대는 갑절이나 늘어난 17대 국회의원의 평균나이는 51세이고 여당만 따지면 더 젊어졌다고 한다. 두 김씨는 젊어진 정치의 당당한 돌진에 안도하는 걸까, 가슴 졸이며 지켜보는 걸까.

여당에서 60세 이상 의원들만의 모임을 만들다 보니 23명이더라고 한다. 수가 그처럼 많은(?) 것을 알고 놀랐다는 소리도 들린다. 불사조()라는 이름을 붙이자는 의견도 나온다. 새삼 중국인 작가 린위탕()의 한마디를 생각하게 된다. 노인들이 세상을 개탄하고 세속을 비웃기만 하면, 반드시 청년들의 반역성을 조장하게 된다. 이제야 세상을 헝클어 놓은 386정치의 반역성을 실감했다는 것일까.

정치의 품질은 노장청()의 지혜와 안정감, 그리고 패기 박력이 어우러져야 좋아진다. 여당의 60대 의원은 민심의 위력과 권력의 무상함을 두루 경험했다. 386들의 패기와 혈기로 얼룩지고 흐트러진 민심 동요의 시대, 정치 연명에 급급해하는 노인동호회로는 안 된다. 민생의 고통을 권부에 전하고, 권력의 독선 독주() 타락을 막는 투철한 정신을 기대한다. 훌륭한 노인은 앙금을 제거한 좋은 포도주라는 속담처럼 좋은 포도주 역할을 해줘야 한다.

김 충 식 논설위원 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