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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도청수사 흔들기도 죄가 되는 이유

[사설] 도청수사 흔들기도 죄가 되는 이유

Posted November. 16, 2005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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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도청에 주도적으로 개입한 혐의로 김대중 정부 국정원장이었던 임동원 씨와 신건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자 DJ 측과 현 정권 측은 구속 불가를 합창하고 있다. 그동안 법치()와 인권과 과거사 규명의 정당성을 강조했던 것이 위선()이었음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는 꼴이다.

국가정보원이 조직적으로 벌였던 도청은 국가공권력에 의한 중대범죄다. 우선 도청 피해자들에 대한 치명적 인권침해다. 그런데 인권대통령이라고 자처했던 DJ 측은 사죄는커녕 영장청구를 무도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며 구속영장 청구취소를 요구했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임 씨와 신 씨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그 전에도 도청이 없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DJ가 도청 근절을 말했다고 해서 당시의 대통령으로서 아무 책임 없다고 강변할 정황도 아니다. 그런데 검찰을 향해 무도하다고 하니 이런 것이 적반하장()이 아니고 무엇인가.

청와대측은 어제 참모회의에서 불구속 수사원칙에 비추어 구속영장 청구는 지나쳤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열린우리당 배기선 사무총장은 한술 더 떠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 제2의 김치파동이다고 말했다. 국가권력의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까지 배제하자고 주장해온 현 정권이 집단건망증에 빠진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석 달 전 815 경축사에서 국가권력 남용 범죄에 관해 시효() 적용을 배제하는 법률을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열린우리당은 7월 국회에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공소시효에 관한 특례법안을 제출했다.

적대세력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공소시효까지 배제해야 하고 현실정치를 위해서는 불구속 수사원칙을 지켜야 하는가. 잘못된 과거를 규명하고 정리해야 이 나라에 미래가 있다며 30년 전, 50년 전, 더 나아가 일제시대 친일문제까지 들춰낼 때는 언제이고 바로 발밑의 국가범죄 규명에 대해서는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강변하는가.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는 검찰과 법원을 압박해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를 흔들어도 그것이 국익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