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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30수 노익장 홍순혁 씨

Posted October. 22, 200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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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의 젊음은 40의 늙음보다 더 생기 있고 희망적이다. 미국의 대법관을 지냈던 올리버 홈스가 생전에 자주 했던 말이다. 늘 이런 마음으로 살았던 덕일 것이다. 그는 94세까지 살며 천수()를 다했다. 세상에는 젊은이 못지않게 왕성한 삶을 사는 노인이 있는가 하면, 젊은 나이에 벌써 다 늙어버린 듯한 애늙은이도 있다. 노화()는 생물학적 요인보다는 심리적 요인에 의해 더 영향을 받는다는 의사들의 말에 고개가 끄떡여진다.

주변을 돌아보면 활기 있게 인생을 보내는 노인들이 많다. 등산길이나 동네 배드민턴 장에서 젊은이보다 더 가볍게 몸을 움직이는 노인을 볼 수 있고, 출퇴근길 거리에서 교통지도를 하는 노인들도 만날 수 있다. 얼마 전에는 70세의 할아버지가 194번째 도전 끝에 운전면허 학과시험에 합격했다. 한 70세 할머니는 4번 도전 만에 젊은 사람도 따기 힘들다는 변액보험 판매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번에는 서울 구로구에 사는 78세의 홍순혁 할아버지가 30수() 끝에 보일러취급기능사 2급자격증 시험에 합격했다. 15년간을 시험공부에 매달려 책이 다 헐었다는 그는 공부가 하고 싶었다. 90세까지 또 무얼 공부할지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노익장()이 실감난다. 시험 잘 보라고 응원해준 동네 주민들의 보일러를 잘 고쳐주겠다는 그의 말에서 인생의 넉넉함과 포근함이 묻어난다.

노인들의 가장 큰 고통은 아직 일할 수 있는데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거리나 공원을 배회하게 되고 이 중에는 소외감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경우까지 생긴다. 노인들에게 제대로 된 일감 하나 마련해주지 못하는 현실이 답답하다. 그러나 홍 할아버지처럼 스스로 젊게 사는 비결을 개척하려는 개인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 공부든 봉사든 보람 있는 일을 하면서 즐겁게 사는 사람일수록 노화와 질병에 대한 저항력도 크다고 한다. 철학자 소포클레스는 늙어가는 사람만큼 인생을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송 영 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