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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둘러본 한국, 몰라도 너무 몰랐다

Posted October. 21, 200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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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요 교재 출판사 프렌티스 홀의 낸시 길버트 사회학담당 편집국장은 궁금했다. 한국의 경제적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건만 미국 초중고교 세계사 교과서에 실린 한국의 모습은 언제나 초라했다. 중국과 일본 역사는 10페이지씩이나 상세하게 수록된 것과는 달리 한국은 동아시아 다른 나라들과 함께 뭉뚱그려져서 한 페이지도 못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국은 내세울 만한 역사가 없는 나라일까.

마침 국정홍보처 해외홍보원과 뉴욕 코리아소사이어티가 공동 주관하는 폴 펠로십(Fall Fellowship)이 있었다. 미국 출판 관계자들을 초청해 한국 연수답사와 학술강좌를 실시하는 프로그램이다.

길버트 국장은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와 비슷한 궁금증을 가진 12명의 미국 출판계 주요 인사들은 10월 9일부터 11박 12일 일정으로 전국 문화유적지를 샅샅이 훑으며 한국을 배웠다. 마지막 방문지로 제주를 찾은 일행을 18, 19일 이틀 동안 동행 취재했다.

첫째 날 제주교육과학연구소(소장 안성수 제주대 교수) 주최 제주도 세계화를 위한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했던 이들은 둘째 날 직접 옹기를 굽고 조랑말을 타며 해녀들과 얘기도 나눴다.

둘째 날 저녁 한국답사를 마무리하는 즉석 토론회가 열리자 미국 교과서에 한국 내용이 보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가장 먼저 손을 든 맥두걸 리텔 출판사의 마시 구달 편집국장은 우리 출판사가 발행하는 세계사 교과서에 한국사를 별도 항목으로 수록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사 내용은 내가 직접 쓰겠다고 말해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스콜라스틱 백과사전 출판사의 조지프 카스타노 편집장은 동해 표기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대다수 미국 백과사전들이 관습적으로 동해를 일본해로 써온 것이 사실이라며 전문가의 체계적인 한일역사 강의를 듣고 나니 표기를 수정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미국 교육계에 한국 역사를 정확하게 알리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길버트 국장은 미국 교과서에 실리는 내용의 주제를 결정하는 곳은 주 교육청이라며 그러나 캘리포니아 주 교육청이 결정한 주제는 불교가 중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가는 과정에서 한반도가 중간다리 역할을 했다는 사실 밖에 없을 정도로 미국 교육계는 한국에 대해 무지하고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인솔을 맡은 최영진 코리아소사이어티 한국학 실장은 한국을 아는 미국 출판인들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한국정보 부족과 오류 발생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폴 펠로십의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 지난해엔 하코트 출판사 발행 중학교 교과서가 처음으로 한국사를 독립 항목으로 채택했다고 최 실장은 덧붙였다.

한국 유교에 관한 기획 기사를 준비 중인 톰 오닐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 기자는 한국 문화유산을 둘러본 참가자들의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서울 일정이 너무 짧다고 다들 불평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러나 서울에만 머물렀다면 알지 못했을 겁니다. 이른 새벽 올리는 해인사의 경건한 예불도, 수백 년 넘게 유교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경주 양동마을 선비의 꼿꼿한 자존심도, 제주 해녀의 아름다운 모습도.



정미경 임재영 mickey@donga.com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