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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밥 기초과학이 50억 대박

Posted September. 20, 2005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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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구로 대박 터뜨려

김 박사가 개발한 고감도 이미지센서는 어두운 곳에서도 선명한 영상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극장 안에서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고 사진을 찍으면 시커먼 화면만 나온다. 생일파티 때 촛불만 켜고 찍어도 마찬가지다. 카메라에 내장된 이미지센서가 미미한 빛을 감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이런 난제()를 해결했다. 기존 이미지센서에 비해 20003000배 이상 빛을 감지할 수 있어 플래시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만들었다.

전자부품업체 플래닛82는 2003년 12월 김 박사 연구팀에 기술이전료 50억 원과 향후 매출액의 2%를 주기로 하고 이 기술을 샀다. 50억 원 중 25억 원은 연구원들 몫으로 올 연말까지 분배될 예정이다. 김 박사가 10억 원, 나머지 연구원 8명이 평균 2억 원 안팎을 받는다.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소의 연구 성과를 기업에 넘길 때 받는 기술이전료가 보통 2억3억 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액수다.

올해 초 미국 뉴저지 주 정부는 수천만 달러의 연구비를 대는 조건으로 이 기술을 이용해 개인휴대단말기(PDA)에 사용할 수 있는 질병진단용 칩을 공동 개발하자고 제안했다. 무궁무진한 상용화 분야

플래닛82는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폰 부품 개발을 연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와는 별도로 연구팀은 올해 2월 피부에 빛을 쪼이고 반사되는 빛의 양을 측정해 피부두께, 골밀도, 피하지방 수치 등 각종 건강정보를 얻는 데스크톱 컴퓨터 시제품을 선보였다. 이후 이미지센서를 활용한 노트북, PDA, 홈네트워크 기기 등 시제품도 잇달아 내놓았다.

양자역학, 그게 뭐죠?

김 박사가 개발한 이미지센서의 핵심 원리는 양자역학. 촬영하려는 대상에서 나온 빛을 포착해 영상을 만들어낸다.

지금까지 이미지 센서는 최소 100만 개의 빛 알갱이(광자)가 투입되고 같은 수의 전자가 튀어나와야 기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박사의 생각은 달랐다. 극단적으로 광자 하나만으로도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봤다. 광자나 전자는 입자이면서 파동의 성질을 갖는다. 흥미롭게도 이들은 10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크기에서는 입자성질이 강해진다.

김 박사는 양()을 가진 입자(양자)의 물리법칙을 다루는 양자역학을 응용해 광자 하나로 수천 개 이상의 전자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즉, 광자 수천 개로 수백만 개의 전자를 만들어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그는 기초 학문을 외면하는 풍토에서 기초연구도 돈이 된다는 점을 입증해 기쁘다고 말했다.



김훈기 wolf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