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이순신의 남은 배 12척

Posted June. 10, 2005 06:30   

中文

정책기획위의 12개 국정과제위원회는 이순신 장군의 남은 배 12척과 같다. 이정우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이 되풀이해 온 말이다. 국정이 얽히고 막혀도 12개 위원회의 과제는 관철해 나가겠다는 비장한 각오인 듯하다. 하지만 청와대 권좌()에 똬리를 틀고 앉아 고독한 장군 이순신을 끌어들이는 것은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이순신은 원래 해전() 전문가가 아니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연전연승의 신화를 낳을 수 있었을까. 무엇보다 남해안 바닷길과 조류에 정통한 현장 전문가를 완벽하게 활용한 점이 꼽힌다. 토박이 수군()의 노련한 경험을 바탕으로 실전() 전략을 세워 이길 수 있었다. 참여정부는 전문가들의 지혜를 사서 국정()의 시행착오를 줄이려는 노력을 얼마나 했는가. 코드로 뭉친 아마추어끼리 우리가 알고 믿는 것이 구극()이라는 독선에 빠져 헛전투를 하지는 않았는가?

이순신이 복권()되고 나서 남은 배 12척으로 마침내 제해권을 장악하는 과정은 가히 드라마다. 더욱이 선조 임금의 오해와 견제 속에서 외로운 투쟁으로 나라를 구했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외롭지 않았다. 대통령선거 승리로 꿈과 비전을 펼쳐 볼 수 있는 정권을 거머쥐었다. 국회의 의석 부족 타령도 할 수 없다. 탄핵 역풍으로 과반 의석까지 몰아준 국민이 있지 않나.

이순신의 승전에는 거북선 한선()의 재질 구조도 한몫했다. 왜선을 박치기로 부수기 위해 참나무 녹나무를 첨단 부위에 쓰고 소나무도 많이 썼다. 바닷물에 부식되는 쇠못대신 나무못을 써 배가 더 강했다. 이러한 능소능대의 과학성과 이순신 특유의 전략, 통솔력, 정신력이 어우러져 영국이나 일본이 우러러보는 영웅이 탄생한 것이다. 이순신은 헤픈 말실수, 오해를 부르는 조어(), 서툰 실험과 위태로운 곡예로 점철된 참여정부 권부의 12개 위원회가 자신의 남은 배 12척과 비교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김 충 식 논설위원 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