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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같은 청춘들 태양 행해 달린다

Posted May. 27, 2005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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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쿨하다.

영화 태풍태양은 그냥 스크린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짜릿하고 가슴 벅찬 체험을 준다. 이런 힘은 멋진 체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심오한 체하는 데서 온 게 아니다. 이 영화는 스스로의 대사처럼 지금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바로 이 순간을 강렬한 이미지로 만들어, 보는 이의 가슴에 단 한 개의 점으로 남긴다.

우린 지나간 날들을 반성하지 않았고 내일을 걱정하지도 않았다.(주인공 소요의 내레이션)

태풍태양은 철없는 것 같지만 동시에 치명적인 질문 하나를 던진다. 너, 삶이 신나니? 청춘성장영화인 이 영화가 젊은 날의 치기를 훌쩍 뛰어넘어 불현듯 인생을 말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이 영화를 보는 자 그 누구이건 지금 자신의 삶이 신나지 않기 때문이다.

최고 인라인스케이터 모기(김강우)는 사회와 섞이지 못하는 제멋대로의 인간. 여자친구인 한주(조이진)는 그를 그래서 사랑한다. 내성적이지만 인라인스케이트에 불같은 열정을 가진 소요(천정명)는 모기를 따라다니며 불철주야 연마한다. 모기의 절친한 친구로 팀의 리더인 갑바(이천희)는 모기로 하여금 현실과 어울리도록 권유하지만 쉽지가 않다.

누나, 형(모기)의 어떤 면이 마음에 들어요?(소요)

술 마시는 거, 담배 피우는 거.(한주)

에이, 그거 말고 진짜 이유요.(소요)

야심이 없다는 거지.(한주)

이 영화 속 사건들은 어찌 보면 밋밋하다. 외부에서 찌르고 들어오는 화끈한 갈등도 없고, 미친 사랑도, 섹스도, 폭력도, 화해도 없다. 결말은 열려 있고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런데도 태풍태양이 강력한 응집력을 갖는 건 아름다운 태도 때문이다. 이 영화는 청춘을 요약하고 정리하고 해석하려 들지 않은 채 그냥 쑥 퍼서 하늘로 던진다. 청춘 자체가 사건이고, 갈등이고, 미친 사랑이고, 섹스고, 폭력이며, 화해다.

위험하니까 헬멧 쓰라고 했잖아!(갑바)

우리 안 다치려고 타는 거 아니잖아. 난 내가 알아서 다쳐.(모기)

이 영화가 시종 어떤 빛을 내뿜는 것처럼 보이는 건, 청춘의 어둠 또한 무지하게 쿨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갑바가 모기에게 퍼붓는 최고 저주의 말은 이런 거다.

야, 네가 무슨 생각 하는지 모르지만, 난 너랑 끝까지 같이 간다.

태풍태양 속에선 많은 것들이 서로 대화한다. 등장인물들은 그들이 인라인스케이트로 아찔하게 타고 지나가는 공원 화단이나 지하철 난간, 한강 다리를 마치 친구처럼 쳐다보고 사모하고 그래서 타고자 한다. 그들은 전신에 하나 둘 생기는 생채기를 훈장처럼 으스대기보다는 종잡기 힘든 자신의 인생과 나누는 진지한 대화의 통로로 여긴다. 각종 기물을 위태롭게 오르내리는 어그레시브 인라인스케이팅이 일회성 볼거리에 그치지 않고 주제를 분주히 실어 나르는 듯 다가오는 건 이 때문이다. 또 가슴을 두드리는 달파란과 박민준의 음악은 배경으로 후퇴하기보다는 내용과 찰싹 달라붙은 채 싱싱하고 쫄깃한 영화적 리듬감을 만든다.

뭐든 일로 하면 재미없는 거야. 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데서 끝내야 돼.(모기)

사실 다른 걸 다 놓치더라도, 이 영화는 단 하나로도 된 것이다. 바로 주인공 네 명이다. 쳐다보기만 해도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그들의 몸과 그들의 생각은 너무 멋있다.

너 사회에 불만 있냐?며 생수병을 입에 대고 꿀꺽꿀꺽 마시는 김강우는 사람을 흥분시키는 마술 같은 힘이 있다. 두려움 60%, 호기심 30%, 반항기 10%가 섞인 천정명의 눈빛은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동시에 야릇한 남자냄새가 난다. 콧등의 앙증맞은 점으로도 말을 걸 줄 아는 조이진은 근래 국내 영화계가 발견한 쌍꺼풀 없는 여배우 중 가장 참을 수 없는 매력 덩어리일 것이다. 이천희는 요즘 세상에 정직하고 올바르고 떳떳한 게 남자의 매력일 수 있단 걸 깨닫게 해 줘 고맙다.

고양이를 부탁해의 정재은 감독 연출. 다음 달 2일 개봉. 12세 이상.



이승재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