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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요리는 않고 접시만 깨는 한나라당

[사설] 요리는 않고 접시만 깨는 한나라당

Posted April. 01, 2005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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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허구한 날 분파() 싸움에 바쁘다. 민주 정당의 활발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보기에는 도가 지나치다. 조기 전당대회 소집을 놓고 설전을 벌인 그제 당 상임운영위원회에서는 당 중진과 소장파 간에 갑신정변 매국노 탄핵 같은 험한 말들이 오갔다고 한다.

이뿐이 아니다. 박근혜 대표체제가 당 절차에 따라 공식출범한 뒤 1년 남짓 사이에 친박()과 반박() 간의 지도체제 공방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달 임시국회에서의 쟁점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도 중구난방()이다. 국가보안법 개폐()를 놓고는 개혁파와 보수파, 수도 분할 문제에 대해서는 수도권파와 비수도권파로 나뉘어 싸우고 있다. 당 쇄신책을 내놓겠다며 구성된 혁신위원회의 권한 문제 하나도 정리하지 못한 채 불협화음만 빚고 있다.

보수 중도 개혁 등 광범위한 이념적 스펙트럼에 세대와 지역간 인식 차이가 존재하는 한나라당 안에서 여러 갈래의 목소리가 분출될 수는 있다. 하지만 최소한의 가닥과 줄거리라도 잡아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어느 사안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당론으로 제1야당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우왕좌왕 정당 트집만 잡는 정당 정체성() 회색 정당으로 언제까지 표류만 할 것인가.

지난해 탄핵 역풍 속에서도 국민이 한나라당에 121석을 준 것은 합리적 대안() 세력으로서 여권()의 월권과 독주를 견제하라는 주문이었다. 그러나 줄곧 여권에 끌려다니기만 했다. 야당으로서의 대안도, 투쟁력도 실종됐다. 이런 무능, 무기력, 무책임에 국민은 등을 돌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제라도 속 빈 선명성 경쟁과 이미지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신 민생()의 밥상을 차리는 일로 여당과 승부해야 한다. 언제까지 국민을 위한 요리는 한 점도 내놓지 못하면서 접시만 깨고 있을 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