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보기 4개(OB 2개 포함), 보기 2개, 버디 1개로 81타.
주말골퍼의 스코어 카드가 아니다. 골프여왕 박세리(CJ)가 24일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에비앙 마스터스 3라운드에서 기록한 충격적인 스코어. 지난해 US여자오픈 최종라운드에서 82타를 친 이래 최악의 성적이다.
아버지 박준철씨(53)는 LPGA와 국내 선수생활을 통틀어 세리가 한 라운드에서 더블보기 4개를 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 대회에서 박세리는 최종합계 13오버파 301타를 기록해 77명 가운데 최하위권인 68위로 추락했다. 4일 동안 경기를 치르며 73-73-81-74타로 한번도 언더파 스코어를 내지 못했다.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13일 일시귀국해 1주일간 재충전을 하고 다시 유럽으로 건너갔지만 결과는 최악이었다.
5월 미켈럽울트라오픈 우승으로 명예의 전당 입성을 예약한 뒤 치른 7개 대회에서 한번도 톱10에 진입하지 못한 박세리의 부진 원인은 드라이버샷의 난조. 이번 에비앙 마스터스에서도 56개의 드라이버샷 가운데 37개만 페어웨이에 들어가 안착률이 66%에 그쳤다. 올 시즌 박세리의 LPGA 투어 페어웨이 안착률은 62.1%로 최하위권(152위)이다.
공이 갑자기 안 맞는 이유에 대해 혹시 남자 문제가 아니냐고 묻자 박씨는 그런 문제라면 내가 가만있지 않는다며 세리도 원인을 못 찾아 답답해 하지만 엊그제 전화통화에선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시라며 오히려 날 위로하더라고 말했다.
LPGA 투어 입문 7년 만에 처음으로 찾아온 지독한 슬럼프 때문에 박세리는 29일부터 시작되는 브리티시오픈 전망도 암울하다.
한편 25일 끝난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호주의 웬디 둘란은 18언더파 270타로 스웨덴의 아니카 소렌스탐(17언더파 271타)을 1타 차로 제치고 개인통산 3승째를 거뒀다. 둘란은 마지막 4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를 쳐 5타차의 열세를 뒤집고 역전승했다.
한국 선수 중에는 지난해 이 대회 준우승자 한희원(휠라코리아)이 가장 높은 공동 6위(9언더파 279타)에 올랐고 미셸 위(한국명 위성미15)는 공동 33위(1언더파 287타).
김상수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