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판타지 문학

Posted September. 19, 2003 23:08   

中文

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영국 작가가 쓴 판타지(Fantasy) 문학이라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2억권을 판매했다는 해리 포터 시리즈를 필두로 영국의 판타지 문학이 지구촌에서 위력을 떨치고 있다. 해리 포터는 비틀스 이후 영국이 배출한 최고의 문화상품이 됐다. 해리 포터를 쓴 조앤 롤링 말고도 다른 영국 작가의 판타지 소설들이 각국의 서점을 장식하고 있다. 세계 문학의 조류는 바야흐로 판타지 문학의 전성기로 향하고 있다.

영국의 판타지 문학은 오랜 뿌리를 갖고 있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은 19세기 영국에서 유행했던 고딕소설 가운데 하나이고,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은 20세기 중반을 대표하는 영국 판타지의 고전이다. 해리 포터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게 아니라 영국의 문학전통을 기반으로 탄생한 것이다. 문화 강국 영국에 부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판타지 전통은 한국에도 있다. 소설가 복거일은 전래 문학 가운데 구운몽 금오신화 홍길동전을 대표적인 판타지 소설로 꼽는다. 최근 국내 판타지 작가들이 점차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판타지 문학이 꽃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어제 서울에서는 한국과 영국의 판타지 문학 전문가들이 모여 세미나를 열었다. 두 나라의 판타지 문학을 비교 분석하며 앞으로의 동향을 전망했다. 역시 우리의 관심사는 한국에서도 해리 포터와 같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에 있다. 한국인의 문화적 상상력, 창조력은 뛰어나다. 일본에 크게 뒤져 있던 한국의 대중문화는 아시아 전역에서 한류 열풍을 만들어 낼 만큼 놀랍게 성장했다. 한국 영화는 거대자본 할리우드 영화에 맞서 선전하고 있다. 가난한 이혼녀 조앤 롤링이 해리 포터의 성공으로 몇 년 만에 영국여왕보다 부자가 될 만큼 문화의 부가가치는 폭발적이다. 한국인의 돋보이는 아이디어와 창조력을 문화 분야에 발휘해야 할 때가 됐다.

얼마 전 우리 정부도 문화강국을 선언했지만 구호만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문화가 발전할 수 있는 기반 조성이 중요하다. 영국의 찰스 왕세자가 해리 포터를 읽고 이렇게 아름답게 글을 쓸 수 있다는 데 놀랐다고 말한 것처럼 우리도 대통령을 비롯한 정책결정자들이 문화 육성에 애정과 의지를 보여야 한다. 하지만 문화계 내부에서조차 판타지 문학은 그저 그런 통속물 아니냐는 시큰둥한 반응이 없지 않으니 발상의 전환도 못지않게 중요한 것 같다.

홍 찬 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