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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이벤트에 박수만 칠수야

Posted September. 05, 2002 22:43   

무조건 반대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두 손을 들어 환영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 앞으로 봇물처럼 이어질 남북간 접촉 및 교류 행사에 대해 한나라당의 한 고위당직자가 5일 던진 말이다. 남북관계의 진전이란 명분을 거부할 수는 없지만, 대선 정국의 반전을 노린 여권의 노림수가 깔린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서청원() 대표가 이날 남북 통일축구 환영만찬에 불참하고, 이회창() 대통령후보와 서 대표가 7일 축구경기를 관람하지 않기로 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김영일() 사무총장은 긴급한 수해현장 방문 일정 등이 빡빡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으나, 잇달아 열리는 남북접촉 행사를 추진하는 배경에 쏠린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남북 통일축구뿐 아니라 29일 개막되는 부산아시아경기에 대해서도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상배() 정책위의장이 남북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하는 데 대해 반대의견을 밝혔으나 남경필() 대변인이 당론이 아니다며 서둘러 진화한 데서도 복잡한 당내 사정을 엿볼 수 있다.

한나라당은 특히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8일 서울에 도착, 29일 부산아시아경기 개막식에 참석할 것이라는 설에 대해서도 대응책을 마련 중이지만 뾰족한 대책이 있을 리 없다.

당의 한 관계자는 개성공단 건설과 경의선 연결 등은 실질적으로 차기 정권에서 돈을 들여 할 일인데도 현 정부가 무조건 벌이고 보자는 식의 생색내기에 치중하고 있다며 숨돌릴 틈 없이 짜인 남북관계 이벤트도 대선을 겨냥한 흔적이 역력하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남북관계의 이 같은 복잡성을 감안, 각종 남북행사에 대해 선별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사안별로 손 들어줄 것은 들어주되, 국민 여론을 도외시한 전시성 행사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수색이 짙은 당 사정상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개혁성향의 한 의원은 당의 입장이 자칫 무조건 반대로 비칠 경우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정연욱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