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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빚더미에 눌린 금강산사업

Posted March. 06, 2001 19:16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사업이 좌초위기에 빠진 것은 처음부터 식자들 간에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관광객수가 사업이후 연평균 20만명도 안되는데 연간 72만명을 기준으로 사업계획을 세운 것이나 선상카지노와 면세점운영 등 실정법에 맞지 않는 장미빛 계획을 기대하고 사업을 시작한 것도 모두 오늘날의 사태를 잉태한 원인들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은 북한측과 맺은 입산료계약이다. 관광객 한명이 하루에 100달러씩 북한에 지급키로 한 것은 정상적인 판단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다.세계적으로 아무리 뛰어난 경관과 훌륭한 시설을 갖춘 관광지라도 그렇게 비싼 입장료를 내는 곳은 없다. 미국이 자랑하는 그랜드 캐넌이나 옐로스톤 국립공원 같은 곳도 입장료는 며칠을 머무르던 한번에 30달러 안팎이 고작이다.

한달에 무려 1200만달러(약 150억원)씩이나 입산료를 북한에 주기로 한 계약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졌는지는 제대로 알려진 바 없다. 만일 현대측의 자율적 사업성 검토에서 나온 수치라면 이 회사는 사업전망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무능한 기업이다. 정부가 북한지원 차원에서 다른 댓가를 약속하고 무리하게 그 수준에서 합의를 종용했다면 그야말로 북한 퍼주기에 현대가 당한 꼴이다.

북한이 거듭되는 현대아산측의 입산료인하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것도 잘못이다. 혹 북한이 현대를 지원토록 우리정부에 압박을 가하는 것이라면 이는 북측의 오산이다. 은행조차 사업성이 불투명해 대출을 기피하는 사업에 정부가 지원을 한다면 국민감정이 용납할 리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은 포기하는 것이 원칙이며 김대중대통령도 민간차원의 대북사업은 수익성이 우선된다 고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확인한 바 있다. 현상태가 개선되지 않는 한 금강산관광사업이 정성화되기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이미 실향민 등 주대상층은 대개 다녀온데다 금단의 땅 시절에 느끼던 금강산에 대한 신비감도 사라진 것은 물론, 통제가 심하고 여행이 단조롭다는 비판적 여론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강산길이 갖는 상징적 의미를 고려할 때 이 사업이 중단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결론은 사업을 이지경까지 이르게 한 현대측과 우리정부 그리고 북한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정상적인 타결책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때 입산료인하는 우선적 전제조건이며 그것이 안된다면 사업자체를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 옳다.